북중미 월드컵을 끝으로 자국 브랜드 아디다스와 결별하는 독일 대표팀. 사진은 퀴라소를 상대로 득점한 공격수 카이 하베르츠. 로이터=연합뉴스
독일 언론은 북중미 월드컵을 두고 ‘한 시대와의 이별’이란 표현을 자주 쓴다. 독일 축구대표팀이 자국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와 함께 하는 마지막 월드컵이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독일축구협회(DFB)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아디다스의 라이벌인 미국 브랜드 나이키와 후원 계약을 맺었다. 계약 기간은 2027년부터 2034년까지, 7년이다. 1954년부터 70년 넘게 독일 대표팀을 후원해온 아디다스와 결별에 독일 축구계와 팬은 충격에 빠졌다. 독일은 아디다스 유니폼을 입고 총 네 차례(1954·74·90, 2014년)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아디다스는 곧 독일 축구의 자존심이 정체성이었다.
실제로 나이키는 2006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도 DFB와 후원 계약 협상을 시도했는데, 당시 독일 국가대표 선수 상당수가 “나이키와 계약하면 월드컵을 보이콧하겠다”고 버텨 협상이 무산된 적도 있다. 아디다스는 곧 독일의 자부심이었던 셈이다. 당시 독일 부총리 겸 경제장관이었던 로베르트 하베크 “삼선(아디다스)이 없는 독일 유니폼은 상상하기 어렵다. 아디다스는 독일 정체성의 일부이며, 협회에 애국심이 아쉽다”고 밝혔을 만큼 아디다스와 결별은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미국 브랜드 나이키의 후원을 받는 대표적인 대표팀은 월드컵 역대 최다 우승국 브라질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광의 시대’를 함께 아디다스와 결별하게 된 책임은 독일 축구에 있다. 독일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 후 세대교체에 실패했다. 그 후폭풍으로 2018년과 2022년 두 차례 대회에서 연달아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굴욕을 맛 봤다. 월드컵 부진이 길어지면서DFB 스폰서는 하나 둘 떠났다. 협회는 심각한 재정난에 빠졌다. DFB는 카타르 월드컵이 열린 2022년 74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이후엔 적자 폭이 더 컸을 것으로 독일 언론은 추정한다.
이런 가운데 나이키는 독일에 연간 1760억원을 후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아디다스의 연간 880억원의 2배 이상에 달한다. 계약 기간을 통틀면 1조2300억원이 넘는 거액이다. 계약 직후 슈테판 그룬발트 DFB 재무 담당자는 “나이키와 계약 덕분에 협회가 다시 경제적으로 안정된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돼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두 팔 벌려 환영했다.
독일 대표팀은 비장한 마음으로 북중미 월드컵에 나섰다. 후원 계약을 되돌릴 순 없지만, 이번 대회에서 최대한 오래 아디다스 유니폼을 입고 뛰겠다는 각오다. 아디다스와 이별을 계기로 명가를 재건해 그동안 부진을 씻겠다는 의도도 담겼다. 독일은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E조 첫 경기에서 퀴라소를 7-1로 대파했다. 이날 경기로 독일은 브라질을 넘고 월드컵 사상 최다 득점국이 됐다. 기존까지 최다 득점국은 브라질(238골)이었는데, 이날 터트린 7득점으로 월드컵 통산 239골을 달성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대승에도 함박웃음을 짓질 않았다.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하이파이브로 기쁨을 나눴다. 독일이 아디다스와 함께 하는 마지막 월드컵에서 다섯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 지 전 세계 축구 팬의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