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정부 구두 개입과 이란 전쟁 종전 가능성에 일단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14일 서울 중구 명동 일대 환전소에서 외국인들이 환전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일시적 1천600원을 돌파하는 단기 충격은 바로 회복할 수 있다면 문제없으나 1천500원대 환율이 일상이 되는 건 경제 체질을 뿌리부터 흔들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연합뉴스
닫힌 호르무즈해협이 다시 열린다는 예고에도 원화값은 전쟁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미·이란 종전 합의에 국제유가는 하락했지만 원-달러 환율은 15일에도 1510원대에 머물렀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519.8원)보다 8.7원 내린 1511.1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1511.4원에 개장하며 장 초반 1500원까지 거리를 11원 남짓으로 좁혔고, 지난달 중순 이후 이어진 1500원대 환율이 깨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다. 원-달러 환율 종가는 지난 5월 15일 1500.8원으로 올라선 뒤 이날까지 20거래일 연속 1500원을 웃돌았다.
기대를 키운 건 유가 급락이다. 15일 오후 3시 30분 현재 브렌트유는 배럴당 83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0달러 선에서 움직였다. 브렌트유는 종가 기준 고점인 지난 3월 31일 배럴당 118.35달러에서 29.4% 하락했고, WTI도 지난 4월 7일 112.95달러에서 28.6% 내렸다. 종전 합의 기대가 반영된 14일 거래에서 브렌트유는 직전 거래일 대비 4.03%, WTI는 4.59% 각각 급락했다.
하지만 환율은 유가만큼 빠르게 내려오지 않았다. 같은 종전 모멘텀에도 국제유가가 4%대 급락한 것과 달리 원-달러 환율 하락 폭은 주간 종가 기준 0.6% 수준에 그쳤다. 전쟁 직전인 2월 26일 종가 1425.8원과 비교하면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6%가량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 외국인 국내 주식자금 순유출은 778억 달러에 달한다. 유가 하락이라는 대외 호재보다 국내 증시를 빠져나가는 외국인 자금 흐름이 환율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미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00원을 밑돌더라도 하향 안착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 세계적인 긴축 흐름도 변수다. 이번 주 일본·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회의가 줄줄이 예고돼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16일 일본은행(BOJ)의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선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이고, 17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선 동결이 예상된다”며 “이는 시장에 어느 정도 반영됐고, 관건은 앞으로 더 긴축적으로 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느냐”라고 말했다.
BOJ의 추가 긴축 신호는 엔화 안정 요인이지만,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 투자 심리를 흔들 경우 원화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반면 FOMC가 매파적 신호를 강화하면 달러 강세가 다시 원화값을 누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