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 단잠을 깨우는 모기의 소리는 여름철 가장 듣기 싫은 소리다. 모기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고 정교하다. 모기가 옮기는 질병은 전체 감염병의 17%에 달하고, 해마다 모기가 옮긴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의 수는 70만 명을 웃돈다. 모기가 흡혈하는 과정은 마치 고도로 숙련된 외과의사와도 같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가느다란 주둥이 속에는 여섯 개의 미세한 침이 숨겨져 있다. 먼저 타액관이 피부를 찔러 마취시키고, 두 개의 톱날침이 피부를 썰어 구멍을 낸다. 47개의 이빨로 구멍을 통해 혈관까지 길을 내면 타액침이 항응고제를 주입하고 흡혈침이 피를 빨아들인다. 모기의 항응고 물질에 들어 있는 ‘히루딘’이라는 단백질은 우리 면역체계를 자극해 가려움증과 염증을 유발한다. 이 모든 과정이 단 몇 초 만에, 인체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며 소리 없이 완벽하게 이루어진다.
이런 능력을 가진 모기를 잡기 위해 인류는 점점 첨단 과학기술을 동원하고 있다. 곤충의 생식세포에 기생하는 ‘볼바키아 박테리아’를 활용해 모기의 개체 수 조절과 질병 확산 능력을 억제하기도 하고, 후손을 낳지 못하도록 유전자를 변형시킨 숫모기나 암컷이 성체가 되기 전에 죽도록 유전자를 변형시킨 모기를 방사해 큰 효과를 보고 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향후 2년간 최대 3200만 마리의 볼바키아 감염 수컷 모기를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 지역에 방사하겠다고 지난 5월 미국 환경청에 신청했다.
모기는 우리에게 뜻밖의 교훈도 준다. 거대한 몸집도, 강한 근육도 없지만 필요한 기능을 극도로 세밀하게 발전시켜 살아남았다. 여름밤 잠을 깨우는 모기 한 마리 속에는 정교한 생물학과 첨단 유전공학, 그리고 생명의 지혜가 숨어 있다. 어쩌면 자연에 대한 경외와 기술의 진보, 그 균형점 속에 인류의 미래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