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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와 핵, 달라진 건 없다…전쟁 왜 했나 의문만 남은 종전

중앙일보

2026.06.15 13:00 2026.06.15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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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상처뿐인 영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데이나 화이트 UFC CEO가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UFC 프리덤 250’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데이나 화이트 UFC CEO가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UFC 프리덤 250’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전 세계 선박들은 엔진을 가동하라. 석유가 흐르게 하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과의 종전 합의 사실을 알리며 한 말이다. 이로써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106일 만에 일단 멈춰서게 됐다.

이란 최고국가안보위원회(SNSC)도 15일 성명을 통해 “SNSC의 승인으로 종전 합의 양해각서(MOU) 문안이 최종 확정됐다”고 밝혔다. MOU 서명식은 19일 스위스에서 열릴 예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번 합의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정치·경제적 부담이 미국과 이란 둘 다 한계에 이르면서 성사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호르무즈해협 봉쇄 이후 유가 급등과 물가 상승,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여론 악화가 부담이었고, 이란은 미군의 해상 봉쇄로 인한 경제난 심화, 전면전 재개 시 체제 생존이 다시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합의 수용 쪽으로 기울었다는 평가다. 중동에서 전쟁이 멈추고 호르무즈해협이 재개방될 거란 소식에 글로벌 금융과 에너지 시장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상 타결을 “위대한 합의”로 규정하며 “전 세계에 평화와 안보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손익계산을 뜯어보면 트럼프 행정부로선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 메흐르통신이 합의 발표 직전 보도한 14개 항의 MOU 초안은 ▶미국과 이란 양측이 60일간 휴전하고 ▶30일 이내에 호르무즈해협 재개방과 이란 해상 봉쇄 해제를 완료하며 ▶휴전 기간(60일 내) 이란 핵문제를 협상한다는 게 골자다. 휴전 기간 이란 동결 자금 240억 달러를 해제하고 이 중 절반은 협상 개시 전 먼저 지급한다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개시 명분으로 삼은 건 ‘이란의 임박한 핵 위협’이었는데, 정작 핵심 쟁점인 이란 핵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뒤로 미룬 셈이다. 60일 내 핵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목표지만, 쉽지 않을 거란 반응이 많다.



오바마 저격하며 시작했는데…‘전쟁 왜 했나’ 의문만 남겼다

같은 날 종전 협상이 진행 중인 이란에서 한 아이가 국기를 흔들고 있다. [UPI=연합뉴스]

같은 날 종전 협상이 진행 중인 이란에서 한 아이가 국기를 흔들고 있다. [UPI=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최악의 협정”이라고 비난하며 집권 1기 때인 2018년 일방적으로 깨고 나온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는 2013년 11월 잠정 합의에서부터 최종 타결(2015년 9월)까지 약 20개월 걸렸다. JCPOA는 이란의 저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98% 감축하고 원심분리기를 3분의 2 줄이는 등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담았다. 향후 60일의 협상 기간에 이보다 더 강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지만, 협상 시간은 훨씬 짧고 호르무즈해협 봉쇄 카드의 효력을 확인한 이란의 협상력은 오히려 강해진 상태라는 점은 트럼프 행정부에 도전적 요소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ABC 인터뷰에서 “앞으로 나올 어떤 합의도 우리가 했던 합의와 비교해 큰 개선을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해협 통행료를 놓고 미·이란 양측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해석상 이견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행료 없는 개방”을 말했지만, 이란 측은 60일 간의 협상 기간 동안 통행료를 유예한 후, 수수료를 징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이번 MOU에는 이스라엘이 강하게 문제 삼아온 이란 미사일 프로그램과 중동 내 이란 대리 세력 문제는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협상이 각종 뇌관이 도사린 험로가 될 거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란이 가진 고농축 우라늄 폐기와 우라늄 농축 장기간 중단 등을 트럼프 대통령 말대로 관철할 경우 미국 입장에선 가시적 성과물로 여길 수 있다. 이란의 해군력과 대공 방어망 등 재래식 무력을 상당 부분 약화시킨 점도 중동 군사안보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다만 이날 합의 선언을 놓고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우려 섞인 반응이 나왔다. 대(對)이란 강경파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합의에 대한 이란의 관점이 미국 협상팀 주장과 다른 듯해 걱정스럽다”고 했다. 민주당에선 “기본적으로 항복 문서”(하원 군사위 소속 세스 몰턴 의원) 등 힐난이 쏟아졌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출신의 마이클 그린 호주 시드니대 미국학센터소장은 “일시적이고 취약한 휴전”이라며 “이란이 협상 기간 추가 자금을 이용해 핵미사일 능력을 계속 보강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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