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개신교 교단인 남침례회가 여성 목사를 두거나 여성의 주일 예배 설교를 금지하는 교단 헌법 개정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했다.
지난 10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남침례회 연례총회에서 지역교회 대표인 대의원들은 이른바 '진리와 연합 수정안'을 투표에 올려 찬성 74.6%, 반대 25.09%로 통과시켰다.
남침례회 규정에 따르면 헌법 개정안은 2년 연속 총회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최종 확정된다.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은 지금까지 두 차례 최종 통과에 실패한 바 있다.
이번 개정안을 발의한 앨버트 몰러 남침례신학교 총장은 개정안이 교단의 신학적 보수성을 지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몰러 총장은 "자유주의적 복음주의와 성경적 복음주의를 가르는 중요한 경계선이 바로 이 문제"라며 "자유주의 교단들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는 이미 분명하다"고 말했다.
반면 여성 사역자를 지원하는 침례교 여성 사역 협의회는 총회가 열리는 올랜도 시내에 여성 설교자와 성경 교사를 옹호하는 대형 광고판을 설치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협의회는 투표 결과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여성 사역자들은 인정과 존중,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를 기회를 누릴 자격이 있다"며 "이번 투표 과정에서 그런 기본적 자유가 부정된 것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남침례회의 신앙고백서인 '침례교 신앙과 메시지'는 2000년부터 목회 직분은 남성에게만 허용된다고 규정했다. 침례회는 2021년 이전에는 여성 목사가 있는 교회를 제명하는 조치는 내리지 않았다.
상황이 바뀐 계기는 소셜미디어였다. 2019년 당시 남침례회 신자였던 베스 무어 성경 교사가 어머니날 예배에서 설교했다며 이를 소셜미디어에 올리자 여성 설교자 논쟁이 시작됐다. 이어 2021년 가주의 대형교회인 새들백교회가 여성 사역자 여러 명을 목사로 안수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새들백교회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교회 역사에서 중요한 밤이었다"고 발표했다.
몰러 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소셜미디어 덕분에 남침례회 교인들이 각 지역 교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쉽게 알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성 목사나 여성 설교자를 허용하는 교회의 사례가 널리 알려지면서 교단 내 반발이 커졌다는 주장이었다.
이후 새들백교회와 같은 교회를 남침례회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생겼고 헌법 개정을 통해 이런 교회들이 더 이상 교단에 속할 수 없음을 명확히 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몰러 총장은 당시 인터뷰에서 "새들백교회는 남침례회가 공식적으로 채택한 교리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행동을 했다"고 비판했다. 결국 새들백교회는 2023년 남침례회에서 제명됐다.
남침례회 자격심사위원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여성 목사 문제로 '우호적 협력 관계'에서 제외된 교회는 모두 10곳이다. 사실상 교단에서 제명된 것이다.
조나선 샘스 자격심사위원장은 지난 7년 동안 여성 목사를 둔 것으로 확인된 남침례회 소속 교회가 44곳이었다고 보고했다. 이 가운데 20곳은 자진 탈퇴했고 10곳은 제명됐다. 나머지 교회에 대한 설명은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다.
올해 초 텍사스의 한 교회는 여성 직원의 직함을 목사에서 사역자로 바꾸기도 했다. 일부 교회는 그동안 담임목사만 목회 직분 제한 대상이라고 해석해 여성 직원에게는 목사 직함을 주었다. 또 여성들이 주일 예배에서 설교하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수정안 지지자들은 이러한 관행 역시 허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총회에서 남침례회 회장으로 선출된 윌리 라이스 목사는 목사 직함이 남용됐다고 비판했다. 라이스 목사는 "조직신학에 대한 이해 부족과 문화적 실용주의 때문에 목사라는 명칭이 무분별하게 사용됐다"며 "모두가 목사가 되면서 결국 목사라는 단어의 의미를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이 처음 통과된 것은 2023년이었다. 하지만 2024년 총회에서 최종 통과에 필요한 3분의 2 찬성을 얻지 못했다. 지난해 텍사스주 댈러스 총회에서도 유사한 안건이 부결됐다.
하지만 올해 총회에서는 분위기가 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의원들은 토론 시작 전부터 발언 신청을 하려 회의장 곳곳의 마이크 앞에 줄을 섰다. 클린트 프레슬리 회장이 먼저 다른 안건을 처리하자며 참석자들에게 협조를 부탁할 정도였다.
이번 총회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 중 하나는 다음 총회 개최지 문제였다. 일부 대의원들은 대부분의 남침례회 교회가 위치한 남동부 지역에서 너무 멀다는 이유로 가주 애너하임 개최 계획에 반대했다.
그러나 가주 라팔마 지역의 이중직 목회자인 아벨 갈반은 서부 지역 개최를 적극 옹호했다. 그는 대의원들에게 "가주에도 예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다시 가주로 와 달라"고 호소했다. 애너하임 개최안은 승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