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미국 남자 대표팀의 스타 플레이어 크리스천 풀리식은 골을 넣은 뒤 검지를 하늘로 향하는 세러모니로 유명하다. 풀리식은 신앙생활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대표적인 선수다.
월드컵이 시작되면서 미국 남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의 공개적인 신앙 표현이 화제다.
스타 플레이어인 크리스천 풀리식의 신앙 생활은 패러마운트+에서 9부작 다큐멘터리로 제작할 정도로 유명하다. 세 번째 다큐멘터리에는 유명한 장면이 등장한다. 풀리식이 분홍색 난초가 놓인 식탁에 앉아 있자 한 친구가 카메라를 들이대며 묻는다.
"지금 무슨 시간이야?"
풀리식은 성경을 넘기며 답한다.
"성경 공부 시간."
풀리식은 연필을 잡고 있고 옆에는 노트가 펼쳐져 있다. 풀리식은 늘 십자가 목걸이를 차고 있고 밑줄을 그은 성경 구절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신앙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웨스턴 맥케니도 신앙 표현에 적극적이다. 맥케니의 인스타그램 소개 문구는 아주 짧다.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프로필 사진은 양손 검지를 하늘을 향한 모습이다. 귀에는 십자가 모양의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찼다.
수비수 크리스 리처즈도 신앙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다른 선수 10여 명과 경기 시작 전에 기도 모임을 갖고 성경 공부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골키퍼 맷 프리스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대표팀에 처음 합류했을 때는 성경 공부 모임에서 풀리식을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대표팀 감독도 가톨릭 신자다. 수호성인을 상징하는 팔찌로도 유명하다. 포체티노는 2009년 스페인 프로축구팀 에스파뇰 감독으로 부임하자 팀의 강등을 막아달라고 기도하러 바르셀로나 인근의 몬세라트 수도원까지 7.5마일을 걸어 올라간 일화도 있다. 에스파뇰은 강등을 피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미국 대표팀도 신앙을 숨기지 않았다. 목사의 아들인 워커 짐머맨은 신앙을 공개적으로 드러냈고 무슬림인 유누스 무사는 라마단 기간에는 경기가 있는 날에도 금식을 이어갔다.
이런 모습은 대표팀이 종교나 개인적 신념을 대중 앞에서 표현하는 방식이 크게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과거 대표팀 선수들도 종교를 가진 이들이 많았겠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클린트 뎀프시는 2014년 월드컵 무렵 기독교 매체와 신앙 인터뷰를 한 차례 했는데 당시로서는 드문 일이었다. 팀 하워드는 기독교 운동 단체인 펠로십 오브 크리스천 애슬리츠 회원이었지만 신앙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조지 알티도어는 선수 생활 후반에 여호와의 증인 가정에서 자랐다고 말하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드러내진 않았다.
신앙생활 공개가 자연스러운 것은 사회 전반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최근 종교와 정치의 관계를 둘러싼 논쟁이 활발해지면서 종교와 신앙생활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낯설지 않다.
대표팀 선수들의 신앙 고백은 정치적 목적보다는 프로 스포츠 전반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흐름이기도 하다.
선수들은 과거 세대보다 가치관과 신념을 훨씬 자유롭게 표현한다. 유명 선수가 종교를 공개하는 일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국가대표팀은 프로 구단과는 성격이 다르다. 국가를 대표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종교적 메시지가 지나치게 부각될 경우 중립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과거 미국축구협회는 국가 연주 중 무릎 꿇기 시위를 금지했지만 나중에 정치적 환경이 변하면서 이 규정을 철회한 바 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월드컵 같은 국제 무대에서 종교적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전하는 것 역시 비슷한 논란을 부를 수 있다.
하지만 대표팀 선수들이 개인적인 언론 노출을 꺼리고 생각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과거의 일이다. 이제는 선수들이 세계적인 무대에서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도 긍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월드컵 축구대표팀은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신앙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