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別)볼 일 없다’는 말이 정말 별(星) 볼 일 없는 날이 될 때가 있다. 혼자 다 해버리는 보름달이 별들을 삼키는 밤도 있고, 큰 도시에서는 도시의 조명이 별을 가리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구름이 하늘을 메워버리는 날도 있다.
별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경우가 실망이겠지만, 특히 구름이 가득한 날은 생각할수록 억울하다. 별빛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데 대개 수백 년에서 수백만 년이 걸려 왔다. 그런데 바로 눈앞에 구름이 하루 드리웠다는 이유로 별빛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별빛은 여전할 텐데 우리 눈에는 구름만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알지 않는가. 백만 년을 어찌 하루가 막을 것인가. 구름 속에서 천둥과 번개가 심술을 부려도, 구름이 눈물이 되어 쏟아져 내려도, 어찌 하루가 백만 년의 별빛을 지우겠는가.
그렇다면 수만 년, 수억 년이 아니라 영원한 시간을 달려온 빛이 있다면 어떠한가. 창세 전이라는 영원에서 출발한 사랑이 있다. 그러나 오늘 나의 분주함과 눈앞의 유혹과 욕망이, 그리고 실망과 우울이 이 빛을 구름처럼 막아선다. 백 년을 겨우 채우거나 넘기는 우리의 삶 속 부와 가난, 성공과 실패, 권력과 명예는 물론 건강과 병까지 영원을 달려온 빛을 막아선다.
영원을 달려온 이 사랑을 이런 백 년이 끊을 수 있을 것인가. 게다가 이 빛은 당신을 기다리는 빛이 아니다. 당신에게 달려온 빛이다. 그런데도 구름만 보고 별 볼 일 없다고 돌아설 것인가.
남가주의 밤바다에 서 보라. 하늘의 별들이 바다를 적시며, 작은 물결 하나하나까지 별빛이 스며드는 장관이 밤마다 펼쳐진다. 바다가 별들에게 가슴을 여는 것을 보라.
우리 역시 별에게 가슴을 여는 바다가 될 수 없을까. 백만 년을 당신을 위해 달려오는 사랑의 빛 앞에서 가슴을 열 수 없을까. 내 인생의 파도뿐 아니라 세미한 물결까지 그 빛으로 물들어버린다면…그 아름다움은 상상만으로도 벅차다.
여기 놀라운 빛이 있다. 우리를 위해 달려왔을 뿐 아니라, 우리 인생의 빽빽한 구름을,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개를 모두 걷어내고 자신을 던지는 빛이 있다. 나를 감싸고 나를 물들이려고 그 눈부신 빛을 나에게 내어준 빛이 있다.
하늘에서 빛나기보다 당신의 가슴에서 빛나기를 기뻐한 빛이 있다. 숨이 차도록, 목숨이 다하도록 영원을 달려온 빛. 왜냐고, 하루 같은 나를 위해 영원을 왜 달려왔냐고 묻는 당신에게 “사랑한다”고 쏟아지는 빛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