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경제 안테나] 정전 합의로 경제에 숨통, 안심은 이르다

Los Angeles

2026.06.15 18:29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손성원 로욜라 매리마운트대 교수, SS이코노믹스 대표

손성원 로욜라 매리마운트대 교수, SS이코노믹스 대표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발표에 국제 유가는 벌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80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 금융시장 역시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재 오픈을 반기고 있다.
 
이번 합의에는 미국의 이란 항구  봉쇄 해제, 호르무즈 해협의 단계적 오픈 등이 담겨 있다. 다만 항구적인 평화협정이기 보다는 향후 협상을 위한 가교에 가깝다.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과 고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 등 민감한 사안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종전 합의의 가장 즉각적인 효과는 에너지 가격 안정이다. 원유 공급량이 늘면 개솔린과 디젤, 항공유 가격은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소비자들은 자동차 주유비와 냉방비 부담 감소로  외식과 여행, 의류 구매 등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할 여력이 생긴다.  
 
기업도 운송비 절감 혜택을 보게 된다. 고유가로 항공사와 운송·배달업체, 제조업체는 물론  농업도 많은 고통을 받았다. 유가가 하락하면 기업의 운송과 생산비용 역시 줄어든다. 이는 식품과 소비재 가격의 상승 압력을 완화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에너지 가격은 개솔린과 공공요금 등을 통해 소비자물가에 직접 영향을 준다. 동시에 거의 모든 상품과 운송 비용, 서비스 요금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유가 하락은 가계의 구매력을 높이고 기업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두 가지 효과를 가져온다.  
 
연방준비제도(Fed)에게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기게 된다.  지난 5월 22일 취임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에너지 가격이 내리고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완화 될  경우 금리 인하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하는 주택시장과 기업 투자, 자동차 판매처럼  금리에 민감한 소비 재 부문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다만 금리 인하 결정이 쉽게 내려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근원 물가와 임금 상승률, 관세 정책, 서비스 물가 동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유가 하락이 일시적 현상인지, 아니면 지속할 것인지도 살펴볼 것이다.
 
신중해야 할 이유는 더 있다. 무엇보다 이번 합의가 중동 지역의 항구적  평화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란의 핵 개발 논란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을 뿐이고 이스라엘과 이란, 또는 헤즈볼라 간 충돌 재개 가능성은 여전하다. 만약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유가는 도 급등할  것이 뻔하다. 최근 협상 과정에서 나타난 유가의 급격한 변동은 시장이 외교적·군사적 상황 변화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줬다.
 
두 번째는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된다고 해서 즉시 원유 수송도 정상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해상 기뢰 제거와 항로 안전 점검, 발이 묶여 있는 유조선의 이동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생산을 중단하거나 축소했던 유전과 정유시설의 재가동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번 전쟁으로 일부 시설은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 이란의 공격으로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시설의 약 17%가 파괴됐으며, 완전 복구까지는 3~5년이 걸릴 것이라는 보고서도 있다. 이 밖에 걸프 지역의 여러 항만과 정유 시설, 에너지 운송 인프라도 수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유가는 하락해도 천연가스와 전기요금은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해상 운송 비용과 보험료도 문제다. 유조선을 소유산 선사들은 정전 합의가 이뤄졌다고 이 지역이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보험사들 역시 안전성에 대한 확신이 생기기 전까지는 전쟁 위험 보험료를 높게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러한 비용은 원유와 각종 상품의 최종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번 정전 합의도 승자와 패자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와 항공업계, 운송업체, 원유 수입국들은 혜택을 받지만, 산유국과 에너지 기업들은 매출과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특히 걸프 지역 산유국들은 인프라를 복구해야 하는 상황에 석유 수출 수입은  감소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하지만 이번 정전 합의는 세계 경제에 긍정적 신호임이 분명하다. 에너지 위기 가능성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춰 소비재와 금융시장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런 ‘평화 배당금 효과’는 서서히 나타났다 빠르게 사라질 수도 있다. 원유 공급량은 늘어나겠지만, 시장의 신뢰 회복에는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손성원 로욜라 매리마운트대 교수, SS이코노믹스 대표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