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타운 한 식당에 저소득층 식품지원 프로그램 수혜자들이 사용하는 EBT 카드 사용 가능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상진 기자
연방 정부가 가주 지역 저소득층 식품 지원 프로그램(SNAP·가주명 캘프레시) 수혜자 명단 조사에 착수한다.
당국은 이번 조치가 복지 프로그램 내 사기와 부정 수급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고물가 속 식료품 가격 부담이 큰 상황에서 정부 혜택에 의존하는 취약 계층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방 농무부(USDA) 감찰관실은 최근 가주를 비롯해 미시간, 일리노이, 뉴욕 등 4개 주에 SNAP 수혜 자격과 관련된 모든 개인정보 기록을 제출하라는 내용의 소환장을 발부했다.
감찰관실 측은 “해당 주의 SNAP 관련 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며 “이번 소환장은 SNAP 지출 규모 상위 10개 주를 대상으로 발부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텍사스, 플로리다, 오하이오,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등 6개 주는 관련 수혜자 정보를 모두 연방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주는 전국에서 SNAP 지출이 가장 많은 주 중 하나다. 지난 2024~2025회계연도에만 125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약 550만 명의 주민을 지원했다.
존 워크 USDA 감찰관은 “이번 조사는 각 주의 SNAP 자료를 명확하게 평가하고, 자격이 없는 개인에게 지원금이 잘못 지급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연방 복지 프로그램 내 사기와 남용을 줄이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정책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 지원금이 불법체류자 등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대상에게 제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그러나 가주를 포함한 진보 성향의 주 정부들은 이 같은 대대적인 조사와 SNAP 자격 요건 강화가 공적부조 수혜자 등에 대한 불이익으로 이어져 저소득층 가정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민자 보호 단체의 한 관계자는 “공적부조 수혜자에 대한 영주권 발급 제한 우려 등 여러 악조건 속에서 이러한 전수조사는 수혜자들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며 “지원 축소와 행정 절차 강화에 이어 명단 조사까지 겹치면 저소득층이 식료품 지원을 제때 받지 못해 고통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방 의회는 앞서 지난해 SNAP 수혜자의 근로 요건을 대폭 강화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수혜자는 주당 20시간 또는 월 최소 80시간 이상 근무해야 하며,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혜택은 3년간 최대 3개월로 제한된다. 가주 내에서 이 같은 변경 요건의 적용을 받는 대상은 약 66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조치 여파로 수혜자 감소 현상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예산정책우선센터(CBPP)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이후 가주 지역의 SNAP 수혜자는 이미 5.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