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일본은행(BOJ)은 기준금리를 현행 0.75%에서 0.25%포인트 인상한 1.0%로 결정했다. 이는 1995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금리 수준이다. EPA=연합뉴스
일본 정책금리가 31년 만에 연 1%대로 올라섰다. 1995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올해 추가 인상도 예고됐다. 시장에서는 전 세계 위험자산을 떠받쳐온 ‘엔 캐리 트레이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정책금리를 현행 0.75%에서 0.25%포인트 인상한 연 1%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만의 추가 인상이다. 이날 결정은 간 질환으로 불참한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를 제외한 8명의 정책위원 중 7명이 찬성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지명으로 지난 4월 취임한 아사다 도이치로 정책위원만 “물가가 오를 위험보다 생산과 고용이 나빠질 위험이 더 크다”는 이유로 금리 동결을 주장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시장은 이미 이번 BOJ의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었다. 중동 전쟁 이후 국제유가 상승과 엔화 약세가 겹치면서 일본의 물가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5월 기업물가지수(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3% 올라 시장 예상치(5.5%)를 크게 웃돌았다.
BOJ는 중동 전쟁 종전 이후로도 물가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BOJ는 이날 회의 후 결정문에서 “유가 상승으로 기업 간 거래에서 가격 전가가 다소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향후 소비자 단계에서 광범위한 품목으로 상승세가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금리 인상의 배경을 설명했다.
우치다 신이치 BOJ 부총재는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경제·물가·금융 정세에 따라 앞으로도 정책금리를 계속 인상하겠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BOJ가 연내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려 연말까지 연 1.25%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BOJ는 이날 국채 매입 감축을 내년 4월부터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내년 3월까지는 분기당 2000억 엔씩 매입액을 줄이고, 4월부터 감액을 멈춰 월 2조 엔 정도로 매입 규모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채권 부문에서 긴축 속도를 늦추겠다는 건데 정책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 충격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문제는 BOJ의 추가 긴축 신호가 엔화 강세로 이어질 경우 세계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이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일본의 낮은 금리를 이용해 엔화를 빌려 미국 주식, 국채, 가상자산 등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를 해왔다. 만약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이 투자금이 다시 엔화 자산으로 옮겨가면서 증시 전반에 매도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실제 2024년 7월 31일 당시 BOJ의 금리 인상 이후 엔화가 급등하면서 세계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됐다. 같은 해 8월 5일 일본 닛케이지수는 12% 넘게 급락했고, 코스피도 하루 만에 8.8% 떨어졌다. 비트코인도 일주일 만에 6만5000달러에서 5만 달러 수준까지 급락했다.
다만 이번 인상이 곧바로 대규모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이미 BOJ가 연내 기준금리를 연 1.25%까지 올릴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한 상태”라며 “지난해 일본의 금리 인상 때에도 엔화 강세 움직임이 크지 않았고,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여전히 커서 대규모 청산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금리 인상 발표 이후에도 달러당 엔화는 160엔대로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장중 7만 선을 넘으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리 인상 변수가 시장에 선반영됐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