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우화에 나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이야기는 인간의 욕심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잘 보여준다. 매일 황금알 하나를 얻던 주인은 더 많은 황금을 한꺼번에 얻고 싶은 욕심에 거위의 배를 갈랐다. 그러나 거위의 배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그는 황금알도, 거위도 모두 잃고 말았다. 최근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기업 이익과 미래 산업을 둘러싼 논쟁을 바라보며 이 우화가 떠오른다. AI(인공지능)는 이제 국가 경쟁력과 미래 산업의 핵심이 되었다. 미국에서는 AI 산업이 만들어낼 막대한 부를 국민과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AI 혁명의 경제적 혜택을 일부 기업만 누리지 않고 국민 전체가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언급했다. 겉으로 보면 이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삼성전자 초과이익 분배 논쟁과 비슷해 보인다. 기업이 만든 부를 사회와 함께 나누자는 주장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그러나 두 논쟁의 출발점은 다르다.
한국의 삼성전자 논쟁은 이미 발생한 기업의 이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반면 미국의 AI 논의는 앞으로 성장할 미래 산업을 어떻게 키우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국민이 함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인가에 더 가까운 접근이다. 결국 하나는 ‘이미 만들어진 황금알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황금알을 계속 낳을 수 있는 거위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의 문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중요하다. 기업은 노동자의 노력, 소비자의 선택, 그리고 사회적 기반 위에서 성장한다. 따라서 기업이 사회와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시장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책임의 방식이다.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 결과를 사회가 함께 나누는 것과 기업의 현재 이익을 정치적 압력으로 즉시 재분배하는 것은 다르다.
미국의 AI 논의 역시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기업 경영에 직접 관여하거나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자유시장 원칙에 맞는지에 대한 우려다. 정부가 투자자와 규제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경우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핵심은 AI 산업의 성장을 막지 않으면서 국민이 미래 성장의 혜택에 참여할 방법을 찾는다는 점이다.
반면 한국에서 기업 이익 논쟁이 단순히 현재의 성과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만 머문다면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삼성전자는 단순한 한 기업이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와 연결된 핵심 산업이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데이터, 반도체, 기술 인재를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삼성은 미국의 엔비디아, 대만의 TSMC 등 세계 최고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기업의 이익은 단순히 쌓아두는 돈이 아니다. 미래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며,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성장의 자원이다. 오늘의 이익을 모두 소비해 버린다면 내일의 성장 동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기업도 변해야 한다. 노동자와 협력업체를 단순한 비용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기업의 성장은 구성원 모두가 함께 발전할 때 지속할 수 있다. 그러나 성장의 씨앗을 약화시키는 방식의 분배는 결국 모두에게 손해가 된다. 경제는 하나의 생태계와 같다. 기업, 노동자, 소비자, 협력업체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어느 한쪽만 이익을 얻는 구조는 오래 지속할 수 없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욕심 때문에 거위의 배를 가르면 황금알도 사라진다. 그러나 거위를 건강하게 키운다면 더 많은 황금알을 기대할 수 있다. AI 시대의 진정한 과제는 ‘누가 먼저 가져갈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큰 성장을 만들고 그 열매를 함께 나눌 것인가’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도 결국 이 질문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