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초청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인 단체 사진 촬영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홀로 방치된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해 6월 16일 캐나다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린 G7 회의(좌측)의 단체 사진 촬영을 앞두고 각국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반면 올해 G7 정상회의(우측) 때 트럼프 대통령은 사진 촬영 내내 대화에 끼지 못했고, 촬영 뒤엔 혼자 단상에 서서 엄지를 치켜 올리는 포즈를 취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재선에 성공한 뒤 참석했던 캐나다 G7 정상회의 때 주요국 정상들에게 둘러싸여 전세계에 확실한 ‘왕의 귀환’을 알렸던 것과는 완전히 대조되는 장면이란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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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혼자 단상 중앙에 서서 ‘엄지 척’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단체사진 촬영 장소에 무거운 표정으로 들어섰다. 오랫만에 만난 정상들끼리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중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을 거는 정상은 많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의 단체 사진 촬영을 마친 뒤 다른 정상들이 모두 퇴장하는 가운데 혼자 단상 중앙에 서서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과 무역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어온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주변에 많은 정상들이 모였다. 인도는 한국과 함께 초청국 자격으로 참석한 5개국 중 하나다.
사진 촬영까지 대기하는 짧은 시간을 활용해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국 정상들과 대화를 나누며 적극적인 현장 외교를 펼친 이재명 대통령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의 단체 사진 촬영에 앞서 넥타이를 고쳐 매고 있다. AFP=연합뉴스
반면 오랫동안 대화에 끼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은 넥타이를 고쳐 맨 뒤 단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는 촬영을 마치고 정상들이 퇴장할 때는 단상 중앙에 혼자 서서 카메라를 향해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혼자 ‘엄지 척’ 자세로 카메라를 향해 선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은 삼삼오오 대화를 이어가며 단상에서 퇴장하던 다른 국가들의 정상들과 대조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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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귀환’ 1년만에 완전히 달라진 기류
이날 연출된 G7 정상회의 분위기는 1년 전 캐나다 회의 때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당시 주요국 정상들은 4년만에 복귀한 트럼프 대통령 주변으로 모두 몰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단체 사진 촬영을 마친 뒤 홀로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당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세계를 향해 일방적인 상호관세를 부과하며 초고강도 무역전쟁의 드라이브를 건 직후였다. 동시에 동맹국에겐 대폭적인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며 압박을 가했다. 주요국 정상들은 ‘왕위 귀환’을 알리며 복귀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조금이라도 유리한 무역협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독대를 원하는 정상들의 요청을 뒤로 하고 중동 상황을 이유로 미국으로 조기 귀국해버렸다.
2018년 회의 땐 G7 정상들이 미국 정부가 추진하던 보호무역과 관세장벽을 배격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곧장 “나는 그 성명에 서명한 적이 없다”는 글을 올려 성명 채택을 무산시키기도 했다.
2018년 6월 9일 캐나다에서 열린 주용 7개국(G7) 정상회에서 보호무역과 관세를 배격하는 내용의 공동성명 채택에 반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을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 등 주요국 정상들이 설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를 비롯한 주요국 정상들이 팔짱을 낀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싸고 설득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은 미국의 영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으로 평가된다.
상호관세에 대한 미국 연방 대법원의 ‘위법’ 판결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는 미국과의 무역분쟁, 우크라이나·이란 전쟁 등으로 주요국의 경제·안보 상황에 비상등이 켜진 와중에 열린 이번 회의에선 트럼프 대통령을 과거처럼 적극적으로 설득하려는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G7 정상회의의 단체 사진 촬영을 마친 뒤 홀로 걸어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팔을 잡아주고 있다. AP=연합뉴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16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도중 혼자 걸어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에 손을 얹고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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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 ‘막말’ 쏟아냈던 트럼프 ‘자업자득’?
공교롭게 G7 국가의 정상 대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의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들어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1년만에 달라진 트럼프 대통령의 위상은 ‘자업자득’이란 평가도 나온다. 다만 각국 정상들은 각자가 처한 상황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을 대하는 태도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도중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선물한 등번호 47번이 적힌 축구 유니폼을 들어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이번 정상회의의 개최국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아내에게 학대당하는 마크롱”이라며 원색적 조롱을 가했다. 이란전쟁을 비판한 데 대한 보복 차원의 발언이었다. 그럼에도 ‘밀당’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회의 기간 화려한 왕궁 문화를 동경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감안해 그를 베르사유 궁전 만찬에 초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자 “아주 훌륭한 프랑스 대통령”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주독미군 철수를 통보받으며 안보에 비상이 걸린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날 회의장에서 47대 대통령을 상징하는 ‘47’이 적힌 축구 유니폼을 트럼프 대통령에 선물했다. 소셜미디어(SNS)엔 “늦었지만 80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우리는 같은 팀이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정치적 위기에 몰리며 안정적 리더십을 증명해야 하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여러차례 트럼프 대통령을 챙겼고, 호르무즈해협에 기뢰 제거함을 보내겠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스타머 총리에게 “그는 윈스턴 처칠이 못 된다”고 깎아내렸고, “영국의 장난감같은 항공모함은 필요없다”고 해 영국인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를 향해선 “주지사”라고 칭하며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고 위협하면서 멀어졌다. 한때 ‘절친’이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는 교황을 비난한 사건을 계기로 갈라섰고,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에게 정상회담 도중 금기어였던 ‘진주만 공습’을 언급하며 충격을 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