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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두 나라 "누가 이겨도 우리의 승리"

Los Angeles

2026.06.16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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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편·멕시코 아내, 응원전
한·멕전 앞둔 부부 미니 월드컵
시아버지에 한국 유니폼 선물
남편 성빈 주 버거스와 부인 재클린이 한국과 멕시코 대표팀을 응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상진 기자

남편 성빈 주 버거스와 부인 재클린이 한국과 멕시코 대표팀을 응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상진 기자

남편은 한인, 아내는 멕시코계다.  
 
오는 18일 오후 6시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한국과 멕시코의 맞대결을 앞두고, LA의 한 다문화 가정도 뜨거운 ‘미니 국가 대항전’ 모드에 돌입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성빈 주 버거스(32)와 멕시코계 미국인 재클린 주 버거스(30) 부부다. 한 지붕 아래 살지만 이번 경기에서 응원하는 팀은 선명하게 갈린다. 남편 성빈은 한국 대표팀의 승리를, 아내 재클린은 멕시코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경기 당일 LA 한인타운 서울국제공원에서 열리는 대규모 단체 응원전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재클린은 멕시코를 상징하는 초록색 유니폼을, 성빈은 한국의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응원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축구를 향한 재클린의 남다른 열정은 지극한 시댁 사랑으로도 이어진다.  
 
재클린은 “최근 모국(멕시코)에 방문했을 때 멕시코 대표팀 유니폼을 사면서 시댁을 위한 선물도 따로 챙겼다”며 “평소 축구를 열렬히 좋아하는 시아버지를 위해 한국 대표팀 유니폼과 응원 머플러를 직접 구매해 선물해 드렸다”고 귀띔했다.
 
재클린의 시아버지는 LA 한인타운의 유명 식당 ‘형제갈비’를 운영하는 주부권 대표다. 주 대표는 업소 벽면에 대형 축구 벽화를 새겨놓을 만큼 한인 사회에서 소문난 ‘열혈  축구팬’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축구공 하나 때문에 부부 금실에 금이 가는 일은 없다. 응원하는 팀은 달라도 사실상 한몸인 부부를 갈라놓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재클린은 “멕시코가 이기면 가장 좋겠지만, 사실 누가 이기든 결국엔 ‘우리 가족’이 이기는 것”이라며 “이번 경기는 우리 부부 사이에 펼쳐지는 첫 번째 친선 경쟁이 될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남편 역시 “멕시코가 골을 넣으면 속은 좀 쓰리겠지만 아내 앞에서는 절대 티를 내지 않을 것”이라며 “멕시코가 승리하더라도 사랑하는 아내가 응원하는 팀인 만큼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 줄 생각”이라고 화답했다.
 
현재 USC 대학원에 재학하며 경찰관 임용을 준비 중인 성빈은 7살 때 미국으로 건너온 한인 1.5세다. 아내 재클린은 LA 인근 린우드에서 태어난 멕시코계 2세다. 자라온 문화적 배경은 다르지만, 이민자 가정에서 성장통을 겪으며 자랐다는 공통 분모가 두 사람을 빠르게 연결했다.
 
두 사람의 첫 인연은 군대에서 싹텄다. 성빈이 지난 2019년 학사 장교로 입대한 후, 조지아주에서 열린 군 병과 교육 과정에서 동료 군인으로 재클린을 처음 만났다. 성빈은 “내가 먼저 호감을 느끼고 다가가 말을 걸었는데, 다행히 아내도 나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면서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두 사람은 각각 텍사스와 캔자스주의 서로 다른 부대로 배치받으면서 약 1년간 고된 장거리 연애를 견뎌야 했다. 더는 떨어져 지내고 싶지 않았던 두 사람이 선택한 돌파구는 ‘결혼’이었다. 성빈씨는 “군 복무 중 부부가 되면 같은 부대로 보직을 배치받을 수 있는 규정이 있어, 만난 지 1년 만에 법원에서 먼저 약식으로 혼인신고를 마쳤다”고 전했다.
 
이후 두 사람은 지난 2024년 나란히 전역한 뒤 한국에서 가족과 친지들의 축복 속에 정식 결혼식을 올렸다.
 
한 지붕 아래에서 삶을 공유하는 두 사람은 한국과 멕시코의 문화가 생각보다 닮은 점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가족’을 삶의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끈끈한 공동체 문화는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단단한 주춧돌이 됐다.
 
식탁 풍경도 다채롭다. 어떤 날은 김치찌개와 김밥이, 또 어떤 날은 타코와 엔칠라다가 저녁 상에 오른다. 때로는 두 문화가 한 접시 위에서 절묘하게 융합되기도 한다.
 
재클린은 “집에서 타코를 만들 때 한국식 양념이나 매콤한 향신료를 가미해 색다른 퓨전 맛을 내기도 한다”며 “한국 음식과 멕시코 음식 모두 특유의 매운맛을 즐기는 코드 속에서 생각보다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고 전했다.

송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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