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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서 태어나 월드컵 되면 뭉친다

중앙일보

2026.06.17 08:01 2026.06.1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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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는 브라질전에서 선발 11명 전원을 타국 출신으로 채워 신기록을 썼다. 골을 넣은 후 기뻐하는 모로코 선수들. [AP=연합뉴스]

모로코는 브라질전에서 선발 11명 전원을 타국 출신으로 채워 신기록을 썼다. 골을 넣은 후 기뻐하는 모로코 선수들. [AP=연합뉴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법’이라는 기사를 썼다. 오랜 기간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게 가장 좋지만 싸고 빠른 방법으로 ‘해외 출신 선수 영입’을 꼽았다. 잡지에 따르면 해외 태생 월드컵 국가대표 비중은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 9%에서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24%로 급증했다. 전체 참가 선수 1248명 중 약 4명 중 1명꼴이다.

과거의 국적 변경이 자국 대표팀에 뽑히지 못한 선수들이 타국으로 귀화하는 형태였다면, 최근 트렌드는 유럽 등 축구 선진국 시스템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고 자란 이중국적 이민 2~3세대들이 부모나 조부모의 혈통을 따라 고국을 선택하는 ‘디아스포라(Diaspora)’ 전략으로 바뀌었다. 단순 혼혈 선수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고, 디아스포라 선수들이 대회의 주류가 됐다. FIFA가 만 21세 이전 A매치 3경기 이하 출전자의 국적 변경을 허용하는 등 규정을 완화한 데다 글로벌 이주 트렌드가 맞물린 결과다.

가장 주목받는 팀은 모로코다. 엔트리 26명 중 19명이 해외 출신이다. 브라질과의 C조 1차전(1-1 무승부)에서는 선발 11명 전원이 스페인·프랑스·네덜란드·캐나다 등 모로코 외 국가 출신으로 채워지는 월드컵 역사상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프랑스 유소년 대표팀을 두루 거친 2007년생 특급 유망주 아유브 부아디(릴)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모로코를 선택했다. 하킴 지예시, 소피안 암라바트, 누사이르 마즈라위 등 네덜란드 출신들도 팀의 주축이다.

비중이 가장 높은 퀴라소는 선수의 96%가 네덜란드에서 나고 자란 이민 후세대다. 카보베르데 역시 62%에 달한다. 잉글랜드 유소년·성인 대표팀 소집 경력이 있는 아론 완비사카는 혈통을 따라 콩고민주공화국 대표팀에 합류해 수비 핵심이 됐다. 호주 태생으로 이탈리아 연령별 대표를 지낸 크리스티안 볼파토 역시 호주 시민권을 선택해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개최국 멕시코에선 콜롬비아 태생 공격수 훌리안 키뇨네스가 스타다. 어릴 적 멕시코 유스에서 성장한 그는 2023년 귀화한 뒤, 남아공과의 개막전에서 이번 대회 1호 골을 터뜨리며 최전방을 책임지고 있다.

스즈키 자이온. [AP=연합뉴스]

스즈키 자이온. [AP=연합뉴스]

전통적인 혼혈 스타들의 활약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수문장 스즈키 자이온은 가나계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미국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성장했다. 15일 네덜란드와의 1차전에서 결정적인 슈팅과 헤더를 완벽히 막아내는 선방 퍼레이드로 호평을 받았다.

옌스 카스트로프. [연합뉴스]

옌스 카스트로프. [연합뉴스]

한국에도 독일 태생 혼혈 선수 옌스 카스트로프가 역사상 처음으로 해외 태생 혼혈 국가대표로 발탁돼 월드컵 여정을 함께하고 있다.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를 둔 카스트로프는 체코전은 결장했으나, 향후 조별리그에서 기용될 가능성이 있다.

유럽 선진 축구 시스템에서 자란 디아스포라 자원의 대거 유입은 전통 강호와 변방 국가 간 전력 격차를 급격히 줄이면서 2026 월드컵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고봉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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