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이 인종차별 피해를 입은 한국 인플루언서 '이노냥(본명 윤수진)'을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가해자에게 월드컵 티켓팅 금지 처분을 내리는 동시에 윤수진 씨를 한국-멕시코 경기에 특별 초청했다.
FIFA는 17일(이하 한국시간) 성명을 통해 "윤수진 씨가 오는 19일 과달라하라에서 열리는 한국과 멕시코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 초청을 수락해 기쁘다"라며 "경기 당일은 국제 혐오 표현 반대의 날(International Day for Countering Hate Speech)로 윤 씨와 존중과 포용의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가해자에 대한 징계 조치도 공개했다. FIFA는 "한국-체코전 당시 이노냥을 상대로 인종차별적 행위를 가한 당사자의 신원을 확인했다. 해당 인물의 월드컵 티켓팅 계정은 차단됐다. 당사자가 전해온 사과문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한 FIFA는 "우리는 모든 종류의 인종차별, 혐오, 차별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라며 "경기장뿐만 아니라 사회 어디에서도 이러한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진]OSEN DB.
이번 사건은 지난 12일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한국과 체코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발생했다. 이날 한국은 짜릿한 2-1 역전승을 거두며 기분 좋게 대회를 시작했다.
경기 후 윤 씨가 관중석 뒤편에 앉은 멕시코 남성으로부터 인종차별적 행동을 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그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월드컵 보러 멕시코까지 왔는데.. 내가 예민한 건가?"라며 관중석에서 인종차별의 표적이 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윤 씨는 대한민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관중석에서 홍명보호를 응원하고 있었다. 그런데 뒷자리에 앉은 한 남성이 손을 흔들며 인사하더니 갑자기 양손 검지를 두 눈 옆에 갖다 대면서 눈을 찢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고, 즐거운 듯 박장대소했다. 이는 대표적인 동양인 인종차별 행위인 '슬랜트 아이'다.
해당 게시글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졌고, 멕시코 내에서도 가해자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멕시코 팬들은 윤 씨에게 사과하는 동시에 빠르게 해당 남성의 신상을 파악해 공개했다. 그는 멕시코 할리스코주 측량·지리공학 기술자 협회 (CITGEJ)의 회장을 맡고 있는 울리세스 페르난도 베르날 미라몬테스로 특정됐다.
[사진]OSEN DB.
사안이 커지자 베르날은 직접 공개 사과문과 사과 영상을 게시했다. 그는 "외국인이 멕시코에 올 때마다 우리는 그들이 집처럼 편안함을 느끼기를 바란다. 하지만 저는 정반대의 행동을 했다"라며 "한국인 커뮤니티와 외국인 커뮤니티, 그리고 이번 일로 자신들의 모습이 대변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멕시코인들에게도 사과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또한 베르날은 "진심으로 말씀드리지만, 저는 매우 후회하고 있으며 우리가 잘못했을 때 그것을 인정하는 것도 지혜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아침, 제가 대표로 있던 엔지니어 협회의 직책에서도 사임했다. 이 기관을 이번 사건과 분리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회장직 사임까지 발표했다.
베르날은 "이번 사태로 인한 상황 때문에 마음이 무척 아프지만, 진심으로 깊이 뉘우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와 같은 일은 앞으로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일단 그가 월드컵 경기를 직접 관전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예정이다. 베르날은 티켓팅 금지라는 FIFA의 철퇴를 맞으면서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현장에서 지켜볼 수 없게 됐다.
한편 19일 열리는 한국과 멕시코의 맞대결은 사실상의 A조 1위 결정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FIFA가 윤 씨를 초청해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특별한 경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