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한국-멕시코전을 이틀 앞둔 17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한 타코 전문점은 문전성시였다. 종업원 알란은 “손흥민이 다녀간 뒤 손님이 더 늘었다. 다들 그가 주문했던 메뉴를 찾는다”고 전했다. 일명 ‘손흥민 세트’라며 돼지고기를 얇게 썬 알 파스토르와 부드러운 소고기 아라체라를 추천했다.
사흘 전 손흥민이 대표팀 휴식일에 다녀가 화제가 됐던 곳이다. 폭스 멕시코는 “우리가 사랑하는 한국 스타 손흥민도 멕시코 음식의 유혹을 거부할 수 없었다. 다만 과카몰리를 먹을 때 고수를 빼 달라고 했다”며 소소한 취향까지 전했다.
알 파스토르와 아라체라, 과카몰리. 손흥민이 과달라하라 타코 전문점에서 먹고 간 메뉴다. 강정현 기자
손흥민 특유의 골 세리머니 포즈를 따라하고 있는 멕시코 현지 타코 음식점 직원들. 강정현 기자
멕시코 현지에서는 ‘손흥민 한정판 컵’도 품절 대란이다. FIFA 스폰서 맥도날드가 세트 메뉴 주문 시 축구 스타 8인 중 한 명이 새겨진 컵을 증정하는데, 손흥민의 찰칵 세리머니와 백호 문양이 담긴 컵은 매장 서너 곳을 돌아야 겨우 구할 수 있다. 데이비드 베컴, 호나우지뉴 컵보다 훨씬 인기다. 한국 대표팀 유니폼도 일찌감치 동이 났다.
맥도날드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손흥민 컵. 강정현 기자
멕시코인들은 손흥민을 보면 “Gracias Son(고마워요 손)”, “쏜! 형제여! 이젠 넌 멕시코인이야”라고 외친다. 8년 전 러시아 월드컵 당시 한국이 독일을 잡아주면서 멕시코가 스웨덴에 0-3으로 지고도 16강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특히 손흥민이 폭풍 질주에 이은 쐐기골로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장면이 강렬히 남아있는 멕시코인들에게 손흥민은 ‘명예 멕시코인’ 대접을 받는다. 멕시코 전통 모자 솜브레로를 선물 받은 손흥민도 “멕시코 분들의 축구 사랑과 열정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다”고 했다.
K팝과 한국 드라마 열풍까지 겹치면서 과달라하라 거리에서는 한국인이라는 것 자체가 트렌디함의 상징이다. 현장 취재 한국 기자들조차 길을 걷다 멕시코인들로부터 셀카 요청을 받을 정도다.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북중미 월드컵 체코전에서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그러나 축구의 세계는 냉혹하다. 19일 오전 10시 과달라하라에서 열릴 2차전이 다가오면서, 1억 3300만 멕시코인의 ‘구세주’였던 손흥민은 이제 멕시코 대표팀을 가장 위협하는 빌런으로 다가온다.
ESPN 멕시코의 리카르도 카리뇨 기자는 경계 대상 1호를 묻는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단연 손흥민”이라고 답했다. 멕시코 대표 출신 콰우테모크 블랑코 역시 “손흥민은 상대 수비를 흔들어 놓는다. 위험 지역을 활보하지 못하도록 밀착 방어해야 한다”고 했다.
손흥민이 2018 러시아 월드컵 멕시코전에서 중거리포로 한 골을 만회하고 있다. 중앙포토
손흥민은 체코와의 1차전에서 양 팀 최고 시속 35.2㎞를 기록하며 슈팅 6개를 쏟아냈다. 앞서 2018 월드컵에서 감아차기 슛을 멕시코 골문에 꽂았고, 지난해 9월에는 논스톱 발리슛으로 멕시코 골망을 흔들었다. 그가 이번에도 골을 넣는다면 박지성·안정환을 제치고 한국인 역대 월드컵 최다골(4골) 단독 보유자가 된다.
멕시코의 전설적인 골키퍼 호르헤 캄포스(60)는 “멕시코는 8년 전 은혜를 반드시 갚을 것이니 32강전에 갈 것”이라며 “굳이 멕시코시티로 올 필요 없고 다른 도시로 가라”고 웃었다. 멕시코시티에서 32강전을 치르는 조 1위는 멕시코가 할 테니, 한국은 2위나 3위로 진출하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