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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시키면 한우가 밑반찬…이게 남도 연탄 불고기 ‘클래스’

중앙일보

2026.06.17 13:00 2026.07.0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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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영 백끼⑥ 연탄 불고기

연탄불에 굽는 돼지 불고기는 불향이 핵심이다. 적당히 밴 양념 맛에 살짝 탄 맛이 얹혀야 제대로 된 돼지 불고기라 할 수 있다. 사진은 전남 영암 '선일식육식당'에서 고기를 굽는 장면.

연탄불에 굽는 돼지 불고기는 불향이 핵심이다. 적당히 밴 양념 맛에 살짝 탄 맛이 얹혀야 제대로 된 돼지 불고기라 할 수 있다. 사진은 전남 영암 '선일식육식당'에서 고기를 굽는 장면.

무릇 고기는 구워야 맛있다. 소고기도, 돼지고기도 구워 먹는 게 제일 맛있다. 숯불에 굽는 게 제일 좋다지만, 아직도 굳이 연탄불을 피워 고기를 올리는 집이 있다. 연탄불 위에서 적당히 익고 적당히 타는 고기는, 아무래도 소고기보다 돼지고기가 어울린다. 이왕이면 양념 잰 돼지고기가 제격이다.

강해영의 세 고장, 그러니까 전남 강진·해남·영암에도 연탄 돼지 불고기로 유명한 집이 있다. 특히 강진의 병영은 돼지 불고기의 역사가 조선 시대부터 전해 온다. 연탄 돼지 불고기는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지만, 강해영의 연탄 돼지 불고기 밥상은 수준이 다르다. 집마다 다르긴 해도, 토하젓과 한우 생고기와 굴비와 홍어회 따위가 밑반찬으로 깔린다. 뭐, 강해영에서 돼지 불고기 시키면 이런 반찬이 나온다.



클래스가 다르다 - 강진 수인관

전남 강진 병영의 '수인관'은 연탄 돼지 불고기 명가다. 돼지 불고기 구운 내력만 40년을 헤아린다. 여느 돼지 불고기 집과 달리 병영의 돼지 불고기는 빨갛다. 수인관은 고춧가루로 색깔을 낸다.

전남 강진 병영의 '수인관'은 연탄 돼지 불고기 명가다. 돼지 불고기 구운 내력만 40년을 헤아린다. 여느 돼지 불고기 집과 달리 병영의 돼지 불고기는 빨갛다. 수인관은 고춧가루로 색깔을 낸다.

강진군 북쪽 내륙에 병영면이라는 분지 마을이 있다. 조선 시대 전라 병영성이 설치됐던 고장이어서 이름이 병영(兵營)이다. 그 시절 이 군사 도시에는 2만 명이 넘게 살았다. “북엔 개성상인 남엔 병영상인”이라는 말이 전해올 정도로 시장도 발달했다. 그 영화의 세월을 간직한 음식이 오늘도 내려온다. 병영 불고기. 이 동네에선 돼지 불고기를 이렇게 부른다. 강진 불고기가 아니다. 병영 불고기다.

병영 읍내에는 아직도 돼지 불고기를 하는 식당이 6곳 있다. 이 중에서 유명한 식당 두 곳이 ‘설성식당’과 ‘수인관’이다. 설성식당엔 옛 정취가 있고, 수인관은 상차림이 고급스럽다. 외지에는 설성식당이 먼저 알려졌지만, 주인이 여러 번 바뀌었다. 수인관은 아들 신성준(44)씨가 부모 신정일(73)·이복임(72)씨에 이어 지키고 있다. 100년 묵은 한옥에서 여관을 하다가 식당으로 바꾼 건 40년쯤 된다.
'수인관'의 돼지 불고기 4인 상차림. 돼지 불고기 뒤로 토하젓이 보인다. 홍어회에 굴비에 편육에 호래기까지 여느 남도 한정식이 부럽지 않다.

'수인관'의 돼지 불고기 4인 상차림. 돼지 불고기 뒤로 토하젓이 보인다. 홍어회에 굴비에 편육에 호래기까지 여느 남도 한정식이 부럽지 않다.

수인관은 4명이 가야 딱 좋다. 2인 3만6000원인데, 4인 6만원이다(솥밥 별도). 밑반찬이 남도 한정식 버금간다. 토하젓을 비롯해 굴비와 홍어회도 깔린다. 음식도 강진 청자에 담겨 나온다. 1만5000원 내고 이런 대접을 받는 건 밥상 인심 푸짐한 남도에서도 흔치 않다.

불고기도 특별하다. 수인관은 연탄불에서만 고기를 굽는다. 고기가 빨간데, 고추장 대신 고춧가루로 색깔을 냈다. “온갖 양념”이라고만 밝히는 비법 소스와 양념 잰 고기를 이틀간 숙성하는 요령과 연탄불에서 석쇠를 다루는 기술이 맛의 비결이다. 삼겹살(수입산)과 앞다릿살을 쓴다. 1인분 100g(3인 이상).



집밥 같은 편안함 - 해남 대정식당

전남 해남 '대정식당'의 연탄 돼지 불고기 상차림. 모든 반찬이 집밥처럼 입에 맞는다.

전남 해남 '대정식당'의 연탄 돼지 불고기 상차림. 모든 반찬이 집밥처럼 입에 맞는다.

오랜 세월 해남의 최고 관광지는 두륜산 도립공원이었다. 천년고찰 대흥사는 1년 내내 관람객이 끊이지 않았고, 두륜산도 산세가 고와 관광버스가 줄지어 들어왔다. 두륜산 관광단지의 케이블카와 온천호텔은 화려했던 과거의 흔적이다. 그 시절, 해남에서 제일 큰 카바레가 대흥사 일주문 앞에 있었다.

지금의 두륜산 아랫도리, 그러니까 대흥사 어귀는 한적하기 그지없다. 풍경도 사뭇 달라졌다. 유흥시설은 싹 빠졌고, 동네 밥집이 더 눈에 띈다. 이 사하촌에 해남 읍내에서 연탄 불고기 먹으러 일부러 온다는 ‘대정식당’이 있다. 읍내에서 차로 15분 거리다.
'대정식당'은 해남의 동네 맛집이다. 연탄 돼지 불고기 먹으려고 읍내에서 차를 타고 일부러 온다. 간장 양념에 꿀을 넣어서 뒷맛이 달다.

'대정식당'은 해남의 동네 맛집이다. 연탄 돼지 불고기 먹으려고 읍내에서 차를 타고 일부러 온다. 간장 양념에 꿀을 넣어서 뒷맛이 달다.

대정식당은 연탄 불고기 전문 식당이 아니다. 연탄 불고기를 한 것도 10년 정도밖에 안 됐다. 35년쯤 전 두륜산 앞이 흥청거릴 때 가게를 열었는데, 그 시절의 대정식당은 단체 손님 받는 산채 정식 식당이었다. 이름만 산채 정식이지, 두륜산 자락의 산나물을 앞세운 남도 한정식이었다. 단체 관광객이 뜸해지자 식당이 대체 메뉴로 찾아낸 게 연탄 불고기다. 연탄 불고기 굽는 한정식집은 이내 동네 맛집으로 거듭났다.

대정식당은 가성비가 좋다. 연탄 불고기 1인분 180g이 1만2000원이다(2인 이상. 공깃밥 별도). 여기에 반찬 12가지가 놓인다. 취나물·느타리버섯·양파김치·깻잎나물·밴댕이젓갈 등 반찬 하나하나가 집밥처럼 편안하다. 고기는 앞다릿살만 쓰고, 가스 불로 초벌한 뒤 연탄불에서 불향을 입힌다. 간장 양념에 꿀과 배가 들어가 뒷맛이 달다. 어머니 정정자(79) 여사가 찬을 만들고, 서창우(53)·용우(46) 두 대표 아들이 고기를 굽는다.



한우 생고기가 서비스 - 영암 선일식육식당

전남 영암 '선일식육식당'의 연탄 돼지 불고기. 돼지 불고기 뒤에 놓인 한우 생고기가 보이시는지. 이 집에서 돼지 불고기를 시키면 한우 생고기가 반찬으로 나온다.

전남 영암 '선일식육식당'의 연탄 돼지 불고기. 돼지 불고기 뒤에 놓인 한우 생고기가 보이시는지. 이 집에서 돼지 불고기를 시키면 한우 생고기가 반찬으로 나온다.

영암군 학산면 독천리는 낙지로 알려진 마을이다. 영암 낙지의 본산이 독천이다. 지금도 독천의 15개 식당이 낙지 요리를 한다. 독천은 낙지가 유명하지만, 고기도 유명하다. 독천(犢川)의 ‘독’이 ‘송아지 독’ 자다. 예부터 영암은 소를 많이 키웠는데, 영암에서도 소 하면 학산면과 아랫동네 미암면을 제일 높이 친다.

독천 버스 터미널 바로 앞 상가. 동네 마트를 사이에 두고 낡은 식육 식당 두 곳이 나란히 서 있다. ‘남원식육식당’과 ‘선일식육식당’. 모두 정육점을 하면서 식당도 하는 곳이다. 두 식당의 대표 메뉴도 똑같다. 연탄 돼지 불고기. 돼지 불고기는 ‘남원’이 먼저 시작했으나, ‘선일’의 내력도 30년이 넘는다.
'선일식육식당'은 영암 독천 버스 터미널 맞은 편에 있다. 이 집 오른쪽에도 돼지 불고기로 유명한 '남원식육식당'이 있다. 이 두 집이 독천에서 30년 넘게 연탄불에서 돼지 불고기를 굽는다.

'선일식육식당'은 영암 독천 버스 터미널 맞은 편에 있다. 이 집 오른쪽에도 돼지 불고기로 유명한 '남원식육식당'이 있다. 이 두 집이 독천에서 30년 넘게 연탄불에서 돼지 불고기를 굽는다.

선일식육식당 가격표를 보면 언뜻 비싸 보인다. 1인분에 1만7000원이다. 그러나 자세히 봐야 한다. 1인분이 200g이다. 고기도 국내산 삼겹살과 목살만 쓴다. “다른 돼지 불고기 식당은 대부분 앞다릿살을 쓴다”고 했더니, 김선보(68) 대표가 “삼겹살과 목살이 비싸지만 비싼 값을 한다”고 잘라 말했다.

고기는 간장에 사과·배·양파 등 7가지를 넣고 2∼3일 숙성한 뒤 굽는다. 처음엔 가스 불로 굽고 나중에 연탄불에 올린다. 딸려 나오는 반찬은 쌈 채소 포함해 10가지 정도. 단박에 시선을 사로잡은 건 한우 생고기다. 돼지 불고기를 주문했는데 한우 생고기가 서비스라니. 공깃밥을 추가했다.




손민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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