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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AI시대, ‘함께’의 윤리 필요하다

Los Angeles

2026.06.1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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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용 / 한울 운동 대표

김 용 / 한울 운동 대표

인간은 자연의 법칙에 맹목적으로 순응하는 동물이 아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며 삶을 개척하는 자주적 능력을 지녔다. 그러나 이 운명 개척은 고립된 진공 상태에서 이뤄지지 않는다. 자연의 법칙을 알아야 생존할 수 있고, 인간 자신을 알아야 생명과 정신의 관계를 바로 세우며, 사회를 알아야 협동의 의미를 이해한다. 이 세 가지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때 인간은 비로소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된다.
 
물질세계의 역사는 이 사실을 증명한다.  거시세계의 천체부터 미시세계의 소립자까지 모든 물질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며, 동시에 자기를 보존하려는 주관적 성질을 지니고 운동.발전한다. 물질에 객관성만 있다는 유물론이나 주관성만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관념론은 모두 일면적 오류다.   물질세계의 역사는 이 사실을 증명한다. 지구 형성 후 10억년간의 화학적 진화를 거쳐 유기물질이 나왔고, 그 후 35억 년 동안 생명물질로 진화했다. 살려는 욕망과 능력을 창조적으로 쓰기 위해 두뇌의 작용인 정신이 출현했다. 인간은 이를 통해 생활력을 객관화하고 사회적 존재로 발전했다.
 
동물은 생명력을 자신의 육체에만 가두어 두지만, 인간은 획득한 생활력을 도구와 제도, 문화라는 객관적 대상에 체현시켜 이용한다. 그리하여 인간은 사회적 의식인 정신적 힘, 사회적 재부인 물질적 힘, 사회적 관계인 협조의 힘을 동시에 지니게 되었다. 인간은 개인인 동시에 사회적 집단이며, 물질세계 발전의 운명을 책임진 위대한 존재다. 따라서 우리는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의 자주적 이익을 철저히 옹호하는 입장에 서야 한다.
 
인류 역사는 인간이 스스로의 존엄을 깨닫기까지의 치열한 투쟁이었다. 원시 공동체의 채집·수렵 생활을 거쳐, 인간을 짐승처럼 취급하던 고대 노예제 사회로, 다시 신분적 차별을 신의 뜻으로 돌린 봉건사회의 숙명론으로 이어졌다. 18세기 서유럽의 민주주의 혁명은 왕의 독재와 신분제를 무너뜨리고 개인의 재산권을 인정하며 자본주의를 꽃피웠다. 자유경쟁은 사회를 발전시켰지만, 패배자에 대한 냉대와 강대국들의 이기주의라는 그늘을 남겼다. 그렇다고 노동계급 독재로의 전환이 대안이 아님은 소련식 사회주의의 붕괴로 이미 실증됐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적 과제는 명확하다. 정당들의 정경유착을 극복하고, 인간 본성에 맞게 개인주의의 창발성을 발양시키면서도 집단주의의 공공복지를 확대하는 일이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자주적으로 살며 발전하려는 인권사상과 주권재민의 구현이다. 모든 사람에게 정당한 대가를 받고 일할 권리가 있고, 모든 아동이 교육을 받으며, 모든 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이 재설계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기술과 경제는 눈부신 속도로 성장했지만, 인간성의 성숙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국가 패권주의는 군비 경쟁을 부추기고, 무한 경쟁의 경제 구조는 이기심을 강화한다. 인간을 도구화하는 흐름이 지속된다면 인공지능(AI)과 로봇, 핵융합 에너지 같은 기술의 진보는 오히려 재앙이 될 수 있다. 아무리 기술이 단순 업무를 대체하더라도, 질문을 만들고 의미를 부여하며, 책임지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인간 존엄을 다시 문명의 중심에 놓는 일이다. 모든 존재가 서로 얽혀 있다는 ‘연결의 윤리’를 회복해야 한다. “사람이 곧 한울”이라는 선언은 인간을 우주적 질서 속에서 상호작용하는 존재로 이해하라는 요청이다. 내면의 성찰과 영성은 사적 위안에만 머물지 않고, 공적 실천과 공동체적 연대로 확장되어야 한다. 교육은 경쟁 중심에서 벗어나 협력과 공감을 기르는 장이 되어야 하며, 정치 리더십은 배타적 민족주의의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 한반도의 민주화와 통일 역시 인류 보편의 가치와 연결된 문제다.
 
과학 기술은 모든 상품의 가격을 낮추고 사막을 농장으로 바꾸는 기적을 전하겠지만, 그 기술을 움직이는 리더십은 결국 인간의 정신에 있다. “함께 살며 발전하자”는 명제는 도덕적 구호가 아니라 존재의 조건이다. 나의 성장이 타인의 불행이 되지 않고, 우리의 풍요가 지구의 고통이 되지 않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함께 가야만 길을 잃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다. 인간의 위대함을 믿고, 연대의 힘으로 지상낙원을 건설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개척해야 할 인간의 참된 운명이다.

김 용 / 한울 운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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