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세관단속국(ICE)이 서류미비자들의 세금 신고용 ‘개별 납세자 식별번호(ITIN)’ 관련 정보를 민간 데이터 브로커를 통해 우회 구매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ICE가 개인정보 확보를 제한한 법원의 사법적 판단을 무력화하고 이민자 단속에 활용하려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온라인 탐사매체 ‘404 미디어’는 ICE가 지난 5일 연방정부 정보기술(IT) 리셀러 업체인 ‘썬더캣 테크놀로지’와 약 996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보도했다. 계약 명칭은 ‘국토안보수사국(HSI)의 사기 수사를 위한 ITIN 데이터 구독 및 분석 서비스’로 명시됐다.
ITIN은 사회보장번호(SSN)를 발급받을 수 없는 불체자나 일부 외국인이 세금 신고를 할 수 있도록 연방 국세청(IRS)이 부여하는 9자리 식별번호다. 합법적 취업 자격 유무와 상관없이 세무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이와 관련해 연방 상원 금융위원장인 론 와이든(민주·오리건) 의원은 “IRS와 ICE 간의 정보 공유 협정은 이미 법원으로부터 위법 판결을 받았다”고 지적하며 “민간 데이터 브로커를 통해 동일한 정보를 확보하려는 시도는 납세자 개인정보 보호법의 허점을 노린 명백한 우회 행위”라고 비판했다.
실제 ICE는 최근 수년간 IRS가 보유한 ITIN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기 위해 집요하게 공을 들여왔다. 양 기관은 지난해 4월 납세자 정보를 제한적으로 공유하는 내용의 15쪽 분량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본지 2025년 5월 15일자 A-4면〉 이후 ICE는 100만 건이 넘는 납세자 기록 조회를 요청했으나, 연방 법원은 해당 조치가 세금 신고서 기밀 유지 규정에 위배될 수 있다며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제동을 걸었다.
오완석 이민법 변호사는 “IRS는 원칙적으로 납세자 정보를 타 기관과 공유하지 않는 비밀 유지 기조를 지켜왔다”며 “ITIN 사용자 상당수가 불체자인 점을 감안하면, 이 정보를 손에 넣는 것은 당국 입장에서 가장 쉽고 빠르게 불체자를 대규모로 색출해낼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법원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ICE가 민간 업체를 통해 ITIN 관련 정보 획득을 강행하는 것은 그동안 성실히 세금을 납부해 온 이민자 사회에 거대한 불안감을 심어주는 행위”라며 “최근 ICE의 단속 트렌드가 과거와 같은 공개적 현장 단속 대신, 민간 업체로부터 매입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단속 기법을 확대하는 양상으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