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과 맞붙을 멕시코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질주 후 짐볼에 부딪히는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첫 번째 미션인 체코의 1m90㎝ 장신 스트라이커 파트리크 시크(레버쿠젠) 방어는 완수했다. 이번엔 멕시코의 간판 공격수 라울 히메네스(35·울버햄프턴)를 꽁꽁 묶을 차례다.
한국축구대표팀은 19일 오전 10시(한국시간) 공동개최국이자 홈팀 멕시코를 상대로 북중미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A조 2차전을 치른다. 나란히 첫 승을 거둔 두 팀의 실질적인 조 1위 결정전이다.
멕시코축구대표팀 라울 히메네스가 남아공과 개막전에서 골을 터트린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번에도 수비 기둥 김민재(30·바이에른 뮌헨)의 활약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다음 상대는 시크보다 더 까다로운 히메네스다. 시크와 신장이 같은데다 고공 플레이는 물론, 연계 능력까지 겸비한 ‘다기능 킬러’다.
지난해 9월 미국에서 열린 두 팀 간의 평가전(2-2무) 당시 히메네스가 김민재의 방어를 뚫고 헤딩 골을 터뜨렸는데, 이후 김민재가 설욕을 다짐하며 칼을 갈았다. 히메네스는 지난 12일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대회 개막전(2-0승)에서도 헤딩 골을 터뜨려 멕시코 통산 득점 2위(46골)에 등극했다.
멕시코 히메네스가 남아공을 상대로 골을 터트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관자놀이 부근에 헤어밴드처럼 생긴 특수 보호대를 착용하고 그라운드에 오른다. 지난 2020년 경기 중 상대 선수와 충돌해 두개골 골절 부상을 당한 이후 생긴 루틴이다. 당초엔 헤드기어를 썼지만, 거추장스럽지 않게 차츰 부피를 줄여 현재 디자인을 완성했다. 보호대 모양이 외눈 안대와 엇비슷해 ‘해적’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지난 2022년에는 득점 직후 후크 선장처럼 안대로 한쪽 눈을 가리고 갈고리를 드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는 남다르다. 지난 3월 암투병 중이던 아버지가 별세한 데다 소속팀 풀럼에서 방출돼 울버햄프턴으로 이적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마음이 단단해졌다. 특히나 페널티킥에 유독 강한데, 47차례 시도해 45차례나 득점(성공률 95.7%)으로 연결했다. 주춤주춤하며 리듬을 흔든 뒤 골키퍼가 움직이기를 기다렸다가 찬다. 히메네스의 페널티킥은 멕시코의 ‘필승 공식’ 중 하나다.
북중미 월드컵 체코전에서 볼 경합을 펼치는 김민재. 강정현 기자
다행히 그를 막아설 김민재의 경기력과 자신감 또한 물이 올랐다. 앞서 치른 체코전에서 경지에 오른 수비력을 입증했다. 상대의 볼을 9차례나 빼앗았고, 주포 시크를 90분 내내 단 하나의 슈팅도 허용하지 않고 꽁꽁 묶었다. 후반 중반 손흥민(LAFC)에게 주장 완장을 넘겨 받은 이후엔 리더십을 발휘해 2-1 승리를 지켜냈다.
체코전 평점 8.34점을 기록한 김민재는 이번 대회 수비수 파워 랭킹 전체 1위(지난 16일 기준)에 오르기도 했다. 관련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명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그를 지켜보기 위해 대회 현장에 스카우트를 급파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의 시장 가치는 4000만 유로(약 700억원)에 육박한다.
김주원 기자
그라운드에선 카리스마가 넘치지만, 훈련 중엔 개그맨 뺨치는 유머 감각을 선보인다. 최근 대한축구협회(KFA) TV가 공개한 대표팀 훈련 영상에서 김민재가 “난 사실 핸드볼 선수, 골프 선수, 당구선수”라며 각 종목 동작을 따라해 동료들의 폭소를 이끌어내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경남 통영 출신인 그가 “운동장이 와 이리 조용하노~”라며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장면도 주목 받았다.
한국전을 앞두고 멕시코 선수들은 대형 짐볼에 몸을 사정 없이 부딪치는 특별 훈련을 했다. 김민재가 버티는 한국 수비벽을 부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