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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개기는 부하, 순종하는 부하

Chicago

2026.06.1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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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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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에는 두 종류의 부하가 있다. 하나는 상사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부하다. 다른 하나는 상사에게 사사건건 개기는 부하다. 훗날 누가 일인자가 될 확률이 더 높을까? 권력이 안정되어 있을 때는 순종적인 부하가, 권력이 약하거나 무너질 때는 상사에게 개기는 부하가 성공할 확률이 높다.  
 
미국 정치사를 보면 “순종하는 2인자”의 성공 사례가 많다. 미국 부통령 중에 조용히 순종하다가 대통령이 된 대표적인 인물이 린든 존슨이다. 그는 존 F. 케네디 대통령 시대에 전반적으로 순종적인 부통령이었다.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되자 존슨은 곧바로 대통령이 되었다. 조지 H. W. 부시도 비슷하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밑에서 8년간 부통령을 지냈고, 이후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는 레이건 시대의 안정적인 후계자였고 순탄하게 다음 번 선거에서 이겼다. 비교적 안정적인 미국의 제도권 정치에서는 대부분 “말 잘 듣는 부하”가 가장 안전한 승계자다.
 
한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전두환의 후계자로 지목된 노태우는 전두환의 친구이자 부하로서 전두환에게 충성하여 1인자가 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역동적이며 급변하는 한국에서는 충성하는 2인자는 결국에 1인자가 못 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박정희 시대와 김대중 시대에 순종하는 2인자였던 김종필은 결국 2인자로 생을 마감했다. 대한민국에서는 1인자가 되는 순간 전국민의 욕을 얻어먹기 때문에 1인자와 척을 져야만 다음 리더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지도 모른다. 노태우에게 대들고 툭하면 지방으로 내려갔던 김영삼이 그랬고, 그런 김영삼에게 맞섰던 이회창이 그랬고, 이명박에게 맞섰던 박근혜가 그랬고, 문재인에게 끝까지 미움받고 맞섰던 이재명도 그랬다.
 
조직의 2인자는 너무 약하면 쓸모가 없고, 너무 강하면 위협이 된다. 1인자에게 무조건 순종하는 사람은 1인자가 힘이 있는 동안은 안전하다. 그러나 1인자가 무너지는 순간 함께 무너진다. 반대로 1인자에게 대항하는 사람은 당장은 위험하지만, 1인자의 레임덕과 함께 “대안”이 된다. 그래서 평시에는 충성파가, 난세에는 반대파가 힘을 얻는 것이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장 말에 무조건 “예”만 하는 임원은 당장은 예쁨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회사가 위기에 빠졌을 때 그런 사람은 “왜 그때 아무 말도 안 했느냐”는 말을 듣는다. 반대로 늘 “아닙니다”만 외치는 임원은 처음에는 소신이 있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저 사람은 대안 없이 뒷다리만 잡는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좋은 부하는 조직이 위험하거나 필요한 순간에 브레이크를 밟는 사람이다. 좋은 부하를 만들고 인정하는 것은 좋은 상사다. 순종하는 부하만 옆에 두면 잠시 편할지 몰라도 조직 전체가 위험해진다. 모든 사람이 “잘하고 계십니다”라고 말할 때, 조직은 절벽을 향해 가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부하가 조금만 이견을 내도 “개긴다”고 찍어내는 상사는 결국 자기 귀를 스스로 막는 사람이다. 역사 속 1인자들의 비극은 대개 간신 때문만이 아니었다. 때로는 충신의 쓴소리를 “개긴다”고 착각했기 때문에 시작되었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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