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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로 세상 읽기] 광야는 사막이 아니라 스마트폰 안에 있다

Los Angeles

2026.06.1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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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명 캘리포니아 프레스티지 대학교 총장

이상명 캘리포니아 프레스티지 대학교 총장

잠깐이라도 스마트폰이 안 보이면 가슴이 철렁한다. 배터리가 10%대로 떨어지면 마치 내 생명줄이 줄어드는 것 같은 초조함이 밀려온다. 정신의학계는 이를 ‘노모포비아(Nomophobia, No Mobile Phone Phobia·스마트폰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공포증)’이라 부른다. 연결이 끊기는 순간, 나는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 같다. 역설적이게도, 연결에 중독된 사람일수록 더 깊이 외롭다.
 
사회학자 배리 웰먼은 2008년 우리 시대를 ‘초연결 사회(hyperconnected society)’라 명명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연결된 시대다. 그런데 바로 이 시대에, 인류는 가장 깊은 고독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 보건총감(Surgeon General) 비벡 머시는 2023년 고독을 ‘공중보건의 위기’로 선포했다. 미국 성인의 절반 이상이 외로움을 경험하며, 이는 하루 15개비 흡연에 맞먹는 건강 위험이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고독 담당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신설했고, 한국에서는 홀로 죽어 뒤늦게 발견되는 ‘고독사’가 연간 3000건을 넘어섰다. 고독이 국가가 나서야 할 구조적 문제가 된 것이다.
 
미주 한인 커뮤니티의 현실은 더 가슴 아프다. 이민 1세대 어르신들은 언어의 장벽과 문화적 이질감 속에서 디지털 세계 밖에 머물고 있다. 자녀들은 일과 삶에 바빠 주말 한 번 얼굴 보기도 쉽지 않다. 한인 요양원 사역자들은 공통적으로 말한다. ‘어르신들이 가장 원하는 건 밥이 아니라 말 상대입니다.’  
 
1.5세·2세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외롭다.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경계인으로서의 정체성 혼란과 가족과의 언어 단절이 그들을 조용히 고립시킨다. SNS(소셜네트워크)에서 누구보다 활발하게 연결되어 있으나, 정작 속 이야기를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고 고백한다.
 
‘접속’은 ‘접촉’이 아니다. 심리학자 셰리 터클은 스마트폰 등장 이후 사람들이 침묵·눈 맞춤·기다림을 포함하는 진정한 대화를 기피하게 되었음을 실증했다. 우리는 더 많이 ‘메시지’를 보내지만 더 적게 ‘말’을 나눈다. 알고리즘은 관계를 ‘소비재’로 전락시키고, 공동체가 무너진 자리를 채우려는 디지털 네트워크는 ‘에코 챔버(echo chamber·듣고 싶은 말만 들려주는 디지털 밀실)’가 되어 분열만 증폭시킨다. 자신의 고독과 상처를 솔직하게 나눌 수 있는 관계야말로 진정한 공동체의 조건인데, 그런 관계를 가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성서는 이 현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사랑의 교제를 이루시는 삼위일체 하나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은 본래 관계를 떠나 살 수 없는 존재다. 시편 기자는 광야의 올빼미처럼 외로움을 노래했고(시 102:6), 엘리야는 로뎀 나무 아래서 “나만 남았나이다”(왕상 19:10)라고 절규했지만, 하나님은 그들의 고독 한가운데 먼저 찾아오셨다.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창 2:18). 창조 질서의 첫 번째 진단이었다. 고독은 인간 실존의 결함이 아니라, 관계를 향한 갈망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우리가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와이파이가 끊기는 순간이 아니라, 내 곁에 있는 사람의 눈을 바라보는 법을 잊어버리는 순간이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다 닳아도 꺼지지 않는 관계(이름을 불러주고, 침묵을 견뎌주고, 상처를 함께 품어주는 그 관계)야말로 초연결 시대가 끝내 만들어내지 못한 유일한 것이다. 53억 개의 접속 중에 단 하나의 진정한 만남. 어쩌면 교회는 바로 그 한 자리를 위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이상명 캘리포니아 프레스티지 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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