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LA 한인타운 서울국제공원에서 열린 응원전에 참가한 한인 축구 팬들이 한국 축구 대표팀이 골을 놓치자 아쉬워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한국 축구 대표팀이 통한의 실점을 허용하며 멕시코에 0-1로 패했다.
축구공 하나에 LA 한인타운은 순간 ‘붉은 물결’ 대신 ‘초록 물결’로 출렁였다.
18일 오후 8시, 한국과 멕시코의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긴 휘슬이 울리자 단체 응원이 펼쳐진 LA 한인타운 서울국제공원 일대는 순식간에 멕시코 대표팀의 상징인 초록색 유니폼 물결로 뒤덮였다.
이날 단체 응원전이 열린 노먼디 애비뉴와 올림픽 불러바드 인근 서울국제공원에는 경기 시작 전부터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한인 팬들과 초록색 멕시코 대표팀 유니폼을 착용한 히스패닉계 팬들이 대거 몰려들며 '제2의 스타디움'을 방불케했다.
이번 응원전을 주최한 ‘LA 레즈’ 측은 “최소 1만 5000명 이상의 인파가 몰려 한인타운을 가득 메웠다”고 전했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응원 열기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서울국제공원 인근 올림픽 불러바드와 노먼디 애비뉴 등 양방향 도로는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LA 경찰국(LAPD) 경관들도 현장에 긴급 배치돼 동선을 관리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등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한인사회의 뜨거운 응원 열기를 취재하려는 주류 언론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이날 공원에는 폭스뉴스, ABC7, CBS, LA타임스 등이 현장을 찾아 한인사회의 단체 응원 열기를 생중계하며 현장 분위기를 집중 보도했다.
현장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했던 이현경(35)씨는 “1차전 승리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패해 너무 아쉽다”며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전 때도 다시 이곳을 찾아 뜨거운 응원을 보낼 것”이라고 아쉬움을 삼켰다.
경기 직후 한인타운 일대에는 극심한 교통 혼잡이 빚어졌으나, 양측 커뮤니티의 축구 팬들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하며 별다른 소동 없이 평화롭게 해산했다. 특히 일부 팬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자리에 남아 주변 쓰레기를 자발적으로 치우며 머문 자리를 깔끔하게 정리해 성숙한 응원 문화를 보여줬다. 단, 일부 멕시코 팬들은 승리 후 음주 상태에서 맥주병을 던지는 등 난동을 부리다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가족의 손을 잡고 서울국제공원을 찾은 전성열(39)씨는 “살면서 이렇게 다 같이 모여 함성을 지를 수 있는 기회가 또 언제 있겠느냐”며 “3차전뿐만 아니라 한국팀이 32강에 올라간다면 경기가 있을 때마다 가족들과 나와 ‘대한민국’을 외칠 것”이라고 벅찬 감정을 전했다.
멕시코 국기와 초록색 유니폼을 앞세운 멕시코 팬들이 거리응원에 나서며 환호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멕시코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현장 열기를 즐긴 미구엘 가르시아(35)씨는 “멕시코가 승리해 기쁘지만, 한국팀이 공을 잡고 돌진할 때마다 가슴을 졸이며 경기를 봤다”며 “LA를 대표하는 두 커뮤니티가 길거리에 함께 모여 축구로 하나 되는 장이 마련돼 뜻깊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특히 이날 경기가 오후 8시쯤 막을 내리면서, 응원전을 마친 축구 팬들이 한인타운 내 식당과 주점 등으로 대거 쏟아져 들어가 한인 상권도 모처럼 월드컵 특수로 들썩였다.
3가와 웨스턴 애비뉴 인근 ‘킹포차’의 박은경 사장은 “경기 종료 후 손님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감당이 안 될 정도”라며 “한국이 이겼으면 매장 분위기가 더 뜨거웠을 텐데 정말 아쉽다”고 말했다.
치킨 전문점 ‘만남의광장’ 주부권 대표 역시 “멕시코전을 앞두고 사전 주문이 쏟아졌는데도, 지금 매장에 이미 많은 손님이 몰려들고 있다”며 “모처럼 한인타운 전체에 활기가 돌아 기쁘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16강 진출의 분수령이 될 한국과 남아공의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은 오는 24일 오후 6시(서부시간)에 치러진다. 3차전 단체 응원은 한인타운 내 윌셔 불러바드와 세라노 애비뉴 인근 리버티 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한번 뜨거운 함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김경준ㆍ강한길ㆍ송윤서 기자
한국과 멕시코 간 경기가 끝난 뒤 LA한인타운 아이롤로 스트리트는 멕시코 팬들로 가득 찼고, 도로는 전면 통제됐다. 김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