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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속도에 맞춰 지구의 시간을 걷는다

Los Angeles

2026.06.18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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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의 바람으로 떠나는 숲이야기-옐로스톤.그랜드티턴
여행 뒤 마음에 깊은 여운 남기는 자연 이야기
간헐천이 보여주는 살아 있는 지구의 숨결 시간
산과 호수가 완성하는 그랜드티턴의 여운과 감동
1)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의 티턴 산맥과 스네이크강.눈 덮인 봉우리와 잔잔한 수면에 비친 산의 반영이 어우러져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절경으로 꼽힌다.

1)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의 티턴 산맥과 스네이크강.눈 덮인 봉우리와 잔잔한 수면에 비친 산의 반영이 어우러져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절경으로 꼽힌다.

여행은 돌아온 뒤 더 깊어진다
 
옐로스톤 이야기를 하려니 오래 전 요세미티 2박3일 여행 중 한 손님이 들려준 말이 떠오른다. 그는 "아내가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지난해 처음 함께 간 옐로스톤 여행은 무척 좋아했다"며 "여행이 끝난 뒤에도 그 이야기가 오래 이어졌다"고 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본 풍경과 나눈 대화가 서로에게 열린 마음을 남겼다는 이야기였다.
 
그렇다. 여행은 떠나는 순간보다 돌아온 뒤에 더 깊어진다. 같은 길 위에서 본 풍경, 말없이 바라본 노을, 함께 걸었던 시간이 일상 속으로 스며들 때 여행은 비로소 삶의 일부가 된다. 옐로스톤과 그랜드티턴은 그런 의미에서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자연이 사람의 마음을 열고, 오래 묵은 이야기를 다시 흐르게 하는 장소다.
 
1872년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옐로스톤은 미국 서부 대자연의 상징이다. 와이오밍을 중심으로 몬태나와 아이다호 일부에 걸쳐 있으며, 약 220만 에이커의 광대한 땅 위에 온천, 간헐천, 분기공, 진흙 열탕 등이 모여 있다. 말 그대로 지구가 아직도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다. 보통 5월 중순 이후부터 9월 말까지가 여행하기 좋은 시기로 꼽힌다.
 
여정은 항공편으로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200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이자 유타 주정부와 몰몬교 본부가 자리한 도시다. 주 청사와 몰몬 성전 주변을 둘러본 뒤 북쪽으로 이동하면 라바 핫스프링을 만난다. 발아래에서 솟는 온천수가 끊임없이 흘러 강으로 이어지는 이곳은 긴 이동의 피로를 씻어주는 첫날의 쉼표다.
 
2) 옐로스톤 호수 인근 지열지대. 땅속에서 솟아오르는 뜨거운 온천수와 간헐천이 만들어낸 독특한 풍경은 옐로스톤이 살아 있는 화산 지대임을 보여준다.

2) 옐로스톤 호수 인근 지열지대. 땅속에서 솟아오르는 뜨거운 온천수와 간헐천이 만들어낸 독특한 풍경은 옐로스톤이 살아 있는 화산 지대임을 보여준다.

 
 
지구의 숨결, 옐로스톤
 
이튿날 아침에는 아이다호 폴스의 스네이크강을 따라 흐르는 작은 폭포와 산책로를 걸으며 하루를 연다. 이어 옐로스톤으로 향하는 길에는 바이슨, 엘크, 무스, 곰 등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사파리형 공원도 있다. 실제 옐로스톤 안에서도 야생동물을 만날 기회가 많지만, 국립공원에서는 반드시 안전거리를 지켜야 한다. 이곳은 동물원이 아니라 야생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옐로스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 올드 페이스풀 간헐천이다. 1870년 워시번 탐사대에 의해 알려진 이 간헐천은 비교적 규칙적인 분출로 유명하다. 현재 평균 분출 간격은 약 90분 안팎이며, 뜨거운 물기둥은 100피트가 넘는 높이까지 솟구친다. 매번 수많은 방문객이 이 장면을 보기 위해 주변에 모인다. 인간이 만든 공연이 아니라 지구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장면이라는 점에서 감동은 더욱 크다.
 
올드 페이스풀 주변의 어퍼 가이저 베이신은 옐로스톤 지열 지대의 핵심이다. 캐슬 간헐천, 모닝 글로리 풀 등 이름만으로도 호기심을 자아내는 명소들이 이어진다. 이곳에서는 땅이 끓고, 물이 솟고, 김이 피어오른다. 그 모든 장면이 인간의 시간보다 훨씬 오래된 지구의 시간을 보여준다.
 
셋째 날은 옐로스톤 여행의 절정이다. 협곡과 폭포, 호수와 온천 지대가 이어지는 길 위에서 여행자는 옐로스톤이라는 이름이 왜 오래 기억되는지 깨닫게 된다. 특히 옐로스톤 그랜드캐니언과 폭포는 지열 지대와는 또 다른 장엄함을 보여준다.
 
3) 잭슨홀 에어리얼 트램? 해발 1만450피트 높이의 랑데부 마운틴 정상까지 운행하며, 티턴 산맥과 잭슨홀 계곡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3) 잭슨홀 에어리얼 트램? 해발 1만450피트 높이의 랑데부 마운틴 정상까지 운행하며, 티턴 산맥과 잭슨홀 계곡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하늘을 향해 솟은 그랜드티턴
 
옐로스톤 남쪽 게이트를 지나면 풍경은 다시 달라진다.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이다. 1929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은 옐로스톤보다 규모는 작지만, 산과 호수가 만들어내는 풍광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1만3775피트 높이의 그랜드티턴 봉우리를 중심으로 티턴 산맥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고, 그 아래에는 잭슨호수와 제니호수 같은 맑은 호수들이 자리한다. 옐로스톤이 땅속 에너지의 신비라면, 그랜드티턴은 하늘을 향해 솟은 산의 위엄이다.
 
옐로스톤과 그랜드티턴을 잇는 존 D. 록펠러 주니어 메모리얼 파크웨이를 따라가면 두 국립공원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느낄 수 있다. 잭슨호수와 제니호수, 티턴 산맥의 능선이 차례로 펼쳐지고, 잭슨홀 에어리얼 트램을 타면 1만450피트 높이의 정상부에서 산과 계곡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4)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휴식을 취하는 바이슨(야생들소). 옐로스톤은 미국 최대 규모의 야생 바이슨 서식지 가운데 하나로, 여행중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는 대표 동물이다

4)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휴식을 취하는 바이슨(야생들소). 옐로스톤은 미국 최대 규모의 야생 바이슨 서식지 가운데 하나로, 여행중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는 대표 동물이다

 
 
자연의 속도에 마음 맞추는 여행
 
마지막 날 다시 솔트레이크시티로 돌아오는 길에는 지나온 풍경들이 마음속에서 천천히 되살아난다. 뜨거운 수증기, 온천수의 냄새, 별이 쏟아질 듯한 밤하늘, 호수 위로 비친 산 그림자. 옐로스톤과 그랜드티턴 여행은 바쁘게 많이 보는 여행이 아니라, 자연이 보여주는 속도에 마음을 맞추는 여행이다. 계절이 지나면 또 한 해를 기다려야 하니, 시간이 허락된다면 9월 말 전 이 길을 걸어보길 권한다.
 

정호영 삼호관광 여행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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