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사망한 무기수, 재심 통해 40년 만에 무죄 인정
중앙일보
2026.06.19 22:53
무죄가 최종 확정된 사카하라 사건과 관련해 지난 15일 일본 오사카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일본에서 강도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돼 복역하던 수형자가 사망한 뒤 재심을 통해 무죄를 인정받게 됐다.
20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검찰은 강도살인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던 사카하라 히로무 씨 사건의 재심에서 유죄 주장을 포기하기로 했다.
사카하라는 1984년 한 주점 여성 업주를 살해한 혐의로 1988년 체포됐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자백했으나 재판에선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1995년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2000년 대법원 판결로 형이 확정됐다.
사카하라는 2001년 재심을 청구했지만 결과를 보지 못한 채 2011년 75세의 나이로 복역 중 병사했다.
이후 유가족은 2012년 재심을 다시 청구했다.
오쓰지방재판소(지방법원)는 2018년 알리바이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증언과 현장 검증 당시 공개되지 않았던 사진 등을 근거로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2024년 고등재판소(고등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지만 검찰은 특별항고했다.
그러나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는 지난 2월 검찰의 특별항고를 기각하며 재심 개시를 최종 확정했다.
이에 검찰은 법원과 변호인 측에 사카하라에 대한 유죄 주장을 철회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검찰은 “재심 개시 결정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것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사건 기록을 재검토한 결과 사카하라가 받은 혐의에 대한 합리적인 입증이 곤란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 확정된 사건 가운데 사망한 수형자에 대한 이른바 ‘사후 재심’에서 무죄가 인정된 것은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결정은 일본 사회의 재심 제도 개편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에서는 하카마다 이와오가 48년간 복역한 뒤 재심을 통해 2024년 10월 살인 혐의를 벗으면서 재심 제도 개선 요구가 커졌다.
마이니치신문은 사카하라 사건의 사후 무죄 인정이 재심 절차 전반을 재검토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논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 19일 일본 참의원(상원)에서 심의에 들어갔다.
한영혜([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