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생계를 위해 새벽마다 공장에서 레이저 기계를 조작하던 4부 리그 출신의 늦깎이 공격수 데니즈 운다브(30·슈투트가르트)가 월드컵 사상 최고의 조커로 떠올랐다. 운다브는 21일(한국시간) 코트디부아르와의 북중미 월드컵 E조 2차전에서 0-1로 뒤지던 후반 16분 교체 투입됐다. 투입 7분 만인 후반 23분 감각적인 발리슛으로 동점골을 터뜨렸고, 후반 추가시간 4분 극적인 역전 결승골까지 꽂아 2-1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그의 축구 인생은 인간 승리 드라마다. 16세 때 명문 베르더 브레멘 유소년 팀에서 “키가 작아 미래가 없다”는 이유로 방출당한 그는 18세 때 4부 리그 하벨세와 계약했다. 주급이 고작 120파운드(약 20만원)에 불과해 하루 8시간씩 공장에서 레이저 기계를 조작하는 일을 병행해야 했다. “새벽 4시에 출근하고 퇴근 후 훈련장에 가 밤 8시에 집에 오는 일상이 반복됐다”고 그는 회상했다.
끈질기게 살아남은 그는 벨기에 리그를 거쳐 분데스리가 슈투트가르트에 안착했고, 지난 시즌 19골로 리그 득점 2위에 올랐다. 2년 전 28세에 처음 대표로 발탁됐고, 30세에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에 섰다.
이번 월드컵에서 그가 소화한 시간은 2경기 58분에 불과하지만 3골 2도움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겼다. 1차전 퀴라소전(7-1 승)에서 1골 2도움을 올린 데 이어 코트디부아르전 멀티골로 리오넬 메시와 대회 공격 포인트 선두권을 형성했다. 독일은 그의 활약에 힘입어 12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컵 조별리그를 조기에 통과했다.
운다브의 임팩트는 월드컵 역사상 가장 강렬한 ‘수퍼 서브’ 신화로 꼽히는 살바토레 스킬라치(이탈리아·1990년)를 연상시킨다. 백업 공격수였던 스킬라치는 개막전 교체 투입 4분 만에 결승골을 넣으며 존재를 알린 뒤 선발을 꿰차 6골로 득점왕과 MVP를 석권했다. 운다브는 단 2경기 만에 공격 포인트 5개를 쓸어 담으며 36년 전 스킬라치보다 더 압도적인 조커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조커 기용을 고집하며 “선발로 뛰었다면 골을 못 넣었을 수도 있다”고 자극해왔던 율리안 나겔스만 독일 감독의 뚝심도 결국 돌아섰다. 나겔스만은 코트디부아르와의 경기 후 운다브의 선발 기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 “확실하다. 내가 왜 이런 좋은 흐름을 망치겠는가”라고 답해 26일 에콰도르전 선발 출격을 예고했다.
운다브는 지난 1일 핀란드와의 평가전에서도 선발로 나와 2골(4-0 승)을 터뜨린 바 있다. A매치 통산 11경기 9골. 새벽 공장의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꿈을 키우던 하부 리거가 이제 전차군단의 명실상부한 에이스로 토너먼트 무대를 정조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