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핵 논의’ 시작도 못하고…트럼프 위협에 이란측 협상장 떠났다

중앙일보

2026.06.21 13:02 2026.06.21 13:35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미국과 이란의 21일(현지시간) 대면 협상이 8시간만에 파행을 빚었다. 이란 매체들은 자국 협상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위협에 반발해 협상장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들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을 인정하면서도 협상 재개를 위한 소통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새로 지정된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을 둘러본 뒤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새로 지정된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을 둘러본 뒤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레바논 내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와의 교전이 협상 진행을 가로막는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적 압박 유지에는 어떠한 타협도 없을 거란 입장을 밝혔다.



협상장 이탈…“레바논 종전 없으면 대화 불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타스님 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레바논에서 전쟁이 끝나지 않으면 다른 주제들에 대한 협상은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며 자국 협상단이 협상장을 이탈했다고 보도했다.

현지시간 21일 스위스 루체른 인근 오부어겐에 위치한 부르겐슈톡 리조트에서 열린 루체른 호수 정상회담에서 이란의 압바스 아라크치 외무장관과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이 이란 대표단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지시간 21일 스위스 루체른 인근 오부어겐에 위치한 부르겐슈톡 리조트에서 열린 루체른 호수 정상회담에서 이란의 압바스 아라크치 외무장관과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이 이란 대표단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국영 IRNA 통신도 중재국인 파키스탄과 카타르가 동참한 4자 협상이 80분 만에 정회에 들어갔고, 이란 대표단이 협상장을 전격 이탈하면서 협상이 중대한 난관에 봉착했다고 전했다.

이란 협상단장을 맡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자신들의 위협이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었다면, 오늘과 같은 절망적인 상태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며 “우리는 미국의 위협을 결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신중히 발언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우리 군은 다른 방식으로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그들이 무슨 말을 하든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JD밴스 미국 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루체른 인근 오부어겐에 위치한 부르겐슈톡 리조트에서 열린 이란과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뒤 미국 협상단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JD밴스 미국 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루체른 인근 오부어겐에 위치한 부르겐슈톡 리조트에서 열린 이란과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뒤 미국 협상단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헤즈볼라를 막지 않으면 이란을 강력하게 공습하겠다고 위협했다.



‘물밑 대화’ 진행되는 듯…“논의는 진행 중”


CNN도 협상이 난관에 봉착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다만 “협상의 당사자들을 테이블로 복귀시키기 위한 비공식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며 협상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JD밴스(왼쪽) 미국 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가운데)와 재러드 쿠슈너(오른쪽)와 함께, 중동 분쟁 종식을 위한 합의 진전을 목표로 하는 고위급 회담을 위해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와 만나기 위해 스위스 루체른 인근 오부어겐에 위치한 부르겐슈톡 리조트에서 대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JD밴스(왼쪽) 미국 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가운데)와 재러드 쿠슈너(오른쪽)와 함께, 중동 분쟁 종식을 위한 합의 진전을 목표로 하는 고위급 회담을 위해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와 만나기 위해 스위스 루체른 인근 오부어겐에 위치한 부르겐슈톡 리조트에서 대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의 바락 라비드 기자도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외교관이 말하길 이란 협상팀은 떠나지 않았으며 미국과 이란의 논의는 진행 중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미국과 이란은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에 따라 이날 스위스 루체른 호수 인근 뷔르겐슈토크 리조트에서 후속 협상에 돌입했다. 60일간의 후속협상 기간 중 이란의 핵포기 방안과 호르무즈 해협 무료 개방 지속 여부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다만 첫 협상에서 양측은 80분만에 협상이 중단되면서 핵심 쟁점인 핵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시간 21일, 스위스 스탄스슈타트 인근 루체른 호수 버겐슈톡 리조트에서 열린 ‘루체른 호수 정상회의’에서, 이란의 압바스 아라크치 외무장관이 중동 분쟁 종식을 위한 합의 도출을 목표로 한 미국, 이란, 파키스탄, 카타르 간 4자 회담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지시간 21일, 스위스 스탄스슈타트 인근 루체른 호수 버겐슈톡 리조트에서 열린 ‘루체른 호수 정상회의’에서, 이란의 압바스 아라크치 외무장관이 중동 분쟁 종식을 위한 합의 도출을 목표로 한 미국, 이란, 파키스탄, 카타르 간 4자 회담에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의 IRIB 방송은 “이번 협상은 레바논 문제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Islamabad understanding) 제13조의 이행 방안을 논의하는 데 집중됐다”며 핵 프로그램 관련 논의를 시작하지 못한 채 협상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방송은 이어 “4자 회담이 속개될지, 아니면 이대로 중단될지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헤즈볼라 압박에 타협 없다”


이런 가운데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텐테베 인질 구출 작전중 전사한 친형 요니 네타냐후의 50주기 추모행사에서 “이란의 핵무기 확보 저지와 대리 세력인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적 압박 유지에 어떠한 타협도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지시간 21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예루살렘 헤르츨 산에 위치한 군 묘지에서 열린 이스라엘 전몰 장병 추모의 날(욤 하지카론)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현지시간 21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예루살렘 헤르츨 산에 위치한 군 묘지에서 열린 이스라엘 전몰 장병 추모의 날(욤 하지카론)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는 “형이 전사한 이후 나는 이 신성한 임무에 삶을 바쳐왔다”며 “(군사작전은)이란의 악의적 정권이 가하는 즉각적인 절멸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헤즈볼라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기간 동안 레바논 남부의 보안 구역에 계속 주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개시 직전인 지난 20일 소셜미디어에 ‘네타냐후의 흔들리는 재선 기회, 트럼프가 카드를 쥐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했다. 해당 기사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선거에) 누가 출마하는지 지켜봐야 한다. 나는 비비(네타냐후의 애칭)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는 더 이성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욕설을 섞어가며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냐”, 미쳤다“, ”감사할 줄 모른다“고 호통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있는 네타냐후 총리를 겨냥해 “내가 아니었으면 감옥에 있었을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현지시간 21일 이스라엘 북부에서 바라본 레바논 남부의 파괴된 건물들을 배경으로 이스라엘 국기와 미국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현지시간 21일 이스라엘 북부에서 바라본 레바논 남부의 파괴된 건물들을 배경으로 이스라엘 국기와 미국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에 서명한 이후에도 레바논 공습을 지속하고 있다. 이란은 20일 이를 명분으로 MOU의 핵심 사안인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전격 취소하겠다고 발표한데 이어 이날 첫 협상을 80분만에 멈춰세우면서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강태화([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