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 매킬로이는 “코스가 나를 이겼다”고 했다. 22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 시네콕 힐스 골프장에서 끝난 US오픈에서 6오버파 공동 32위로 마친 뒤였다. 시네콕 힐스는 바람도 강하고 모래 언덕에 조성돼 태양이 비추면 그린이 순식간에 콘크리트처럼 굳어버린다. 선수들이 멘탈 붕괴를 겪는 코스다. 이날 언더파를 친 선수는 단 세 명이었다.
난코스와의 전투에서 승리한 이 선수들은 다들 사연이 있었다.
우승자는 합계 4언더파의 윈덤 클락이었다. 2023년 US오픈 우승자지만 기복이 많았다. 높아진 기대를 채우기 위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지난해 클럽을 던지고 티마커 등 기물을 파손하는 일이 가끔 나왔다.
지난 시즌 부진으로 시그니처 대회 출전권마저 잃었던 클락은 심리적 안정을 되찾으며 올 시즌 반등했다. 그는 대회를 앞두고 “지난해 사건은 내 본모습이 아니었다. 정말 끔찍한 일이었고, 성실한 태도로 팬들의 사랑을 다시 받고 싶다”고 말했다.
샘 번스. AP=연합뉴스
3언더파 2위 샘 번스는 지난해 이 대회 최종 라운드를 선두로 출발했다가 역전패한 선수다. 한 타 차 선두이던 15번 홀에서 볼이 고인 물 근처에 떨어졌다. 번스는 캐주얼 워터 무벌타 드롭을 원했으나 경기위원이 불허했다.
물을 가득 머금은 잔디에서 친 200야드 샷은 큰 물보라를 일으키며 왼쪽 깊은 러프로 들어가 더블보기가 됐다. 16번 홀 보기, 18번 홀 보기가 이어지며 최종 라운드에서만 8타를 잃었다. 최종 합계 4오버파, 공동 7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NBC 해설위원 브래드 팩슨은 "이번 대회에서 비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선수는 번스다. 15번 홀에서 볼을 옮기지 못하게 한 것은 이번 US오픈 최악의 오심 중 하나"라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선두 클락에 7타 차로 출발한 번스는 1960년 아널드 파머 이후 66년 만에 7타 차 역전 우승을 노렸으나 한 타가 모자랐다.
김주형. AP=연합뉴스
3위는 1언더파의 김주형이다. PGA 투어 3승을 거뒀지만 지난 2년여 성적이 좋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프로로 전향해 치열한 세상과 일찌감치 홀로 맞선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다. 지난 시즌 시그니처 대회 참가 자격을 잃었고, 올해는 마스터스와 PGA 챔피언십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번 US오픈은 예선을 거쳐 나왔다.
지난해 말 결혼하면서 안정을 찾았다. 장인 이용규 선교사는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에서 중동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가족과 함께 몽골로 건너가 선교사로 헌신했다. 그의 저서 『내려놓음』은 76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다. 부인 이서연 씨는 스미스 칼리지에서 경제학·정치학을 복수 전공하고 현재 옥스퍼드대학교에 교환학생이다.
부모님을 닮아 매우 검소하다. 김주형처럼 이서연 씨도 부모님을 따라 몽골과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긴 시간을 이방인으로 보냈다. 김주형은 "서연 씨의 살아온 경험이 나와 비슷해 더 끌렸다. 서로의 마음을 이해해줄 수 있고 의지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이번 대회 3위로 김주형은 PGA 투어 이너 서클에 다시 진입했다. 98위였던 페덱스 랭킹이 55위로 올랐다. 4대 메이저를 포함한 PGA 투어 1급 대회에 모두 출전할 수 있게 됐고, 내년 2원화되는 PGA 투어에서도 1부 자격을 사실상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