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LA 한인타운도 월드컵 열기로 뜨겁다. 한국 대표팀 경기가 있는 날이면 한인타운에 있는 스포츠 바와 식당 등엔 빨간 옷을 입은 축구 팬들로 가득하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스포츠의 여운을 나누는 사람들로 타운 거리는 늦은 밤까지 활기가 넘친다.
하지만 축제의 열기가 뜨거워질수롤 또 다른 모습도 보이기 시작한다. 사실 월드컵이 시작되면서 가장 먼저 반응한 곳은 경기장이 아니라 시장이었다. 경기장 입장권 가격은 물론이고 주차비와 숙박비, 식음료 가격까지 줄줄이 올랐다. 경기가 열리는 곳에 수많은 관광객과 팬들이 몰려들면서 월드컵은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거대한 경제 이벤트가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NBC 뉴스는 LA의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소파이 스타디움 인근 잉글우드 지역 주민들이 집 앞 주차 공간을 경기장 방문객들에게 임대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주민들은 차량 한 대당 50~80달러나 받고 있으며, 경기장 인근 일부 주차장은 경기 당일 최대 300달러나 되는 바가지 주차료를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자 잉글우드 시는 뒤늦게 상업용 주차 허가와 사업자 등록 없이 주차 공간을 임대할 경우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주민들 입장에서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기회다. 세계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가 집 앞에서 열리고 있는데 이를 통해 수입을 올리려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경제 활동일 수도 있다.
오른 것은 주차료만이 아니다. 호텔 객실 요금은 크게 올랐고, 단기 숙박 플랫폼 예약도 급증했다. 경기장 주변 식당과 술집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손님이 몰리고 있다. 기념품 판매업체와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월드컵은 단순한 축구 대회가 아니라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소비를 만들어내는 거대한 산업이 된 것이다.
사실 이는 월드컵만의 현상도 아니다. 올림픽과 수퍼보울, 월드시리즈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열릴 때마다 개최 도시는 관광객 증가와 소매 매출 확대 효과를 기대한다. 기업들은 스폰서십 계약을 통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방송사들은 중계권 확보 경쟁에 뛰어든다. 스포츠가 현대 사회의 핵심 산업 가운데 하나로 성장한 셈이다.
월드컵 참가국의 확대 역시 같은 흐름 속에 있다. 더 많은 국가가 참여하면 더 많은 경기가 열리고 더 많은 티켓 판매와 광고, 중계 수익이 발생한다. 팬들에게는 즐길 거리가 늘어나지만 FIFA(국제축구연맹)와 기업들 입장에서는 더 큰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우리는 월드컵을 스포츠 이벤트로 기억한다. 어느 나라가 승리했고, 어떤 선수가 골을 넣었는지에 주목한다. 하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또 다른 월드컵이 진행되고 있다.
도시들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경쟁하고, 기업들은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경쟁한다. 주민들은 몰려드는 인파 속에서 새로운 수입 기회를 찾고, 상인들은 늘어난 방문객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승점을 놓고 경쟁하는 동안 경기장 밖에서는 경제가 움직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월드컵의 영향력이 경기 시간보다 훨씬 오래 지속한다는 사실이다. 한 경기의 승패는 90분 안에 결정되지만 그 경기가 만들어낸 소비와 투자, 관광 효과는 수년 동안 지역 경제에 흔적을 남긴다.
어쩌면 이번 월드컵의 진짜 승자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국가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 손님을 맞이한 자영업자들, 그리고 월드컵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한 도시와 사람들까지. 오늘날 월드컵은 스포츠를 넘어 하나의 경제 현상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