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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바위를 밀어 올리는 이민자들

Los Angeles

2026.06.21 20:00 2026.06.20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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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아 변호사

김원아 변호사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머릿속으로 날짜를 계산하는 이들이 있다. ‘영주권’이라는 문턱을 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미국 땅을 밟은 지 수년이 지났다. 그동안 직장을 얻어 성실하게 일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리기도 했다. 그들은 미국을 ‘내가 살아갈 곳’이라 생각하는 평범한 우리 이웃이다.  
 
하지만 요즘 이민 사회를 감싸고 있는 공기는 유난히 차갑고 무겁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각종 반 이민정책 때문이다. 지난달 이민국이 발표한 ‘정책 메모’의 충격도 그중 하나다. 이민 당국은 이 메모에서 영주권 취득에 필요한 신분조정(I-485) 절차를 ‘정부의 시혜이자 예외적 구제’라고 규정했다. 이로 인해 발표 직후에는 미국 내에서 I-485가 제한되고 출신국으로 돌아가 그곳의 미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을 통해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들에게는 그야말로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그동안 정성껏 일궈온 삶의 터전을 한순간에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번졌다.  특히 LA처럼 이민자가 많은 지역에서는 충격이 심했다. 다행히 ‘정책 메모’의 의도가 ‘본국으로 돌아가라’는 것이 아니라 심사관들이 재량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한숨ㄹ 돌리기는 했지만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민 변호사로 일하면서 고객의 절망에 찬 눈빛을 마주할 때가 많다. 합법적인 체류 신분을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알베르 카뮈의 ‘시시포스의 신화’가 떠오르곤 한다.  
 
신들의 형벌을 받아 거대한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시시포스.  정상에 도달하는 순간 바위는 사정없이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그는 다시 산 아래로 걸어 내려가 처음부터 돌을 밀어 올려야 한다. 정부의 이민 정책에 변화가 생길 때마다 서류를 다시 챙겨야 하는 이민자의 현실과 닮아 있다.  
 
그러나 카뮈는 이 신화의 결말을 비극으로 끝맺지 않았다. 바위가 굴러떨어진 후,  그것을 다시 밀기 위해 산 아래로 걸어 내려오는 시시포스의 그 ‘ 단단한 발걸음’에 주목했다.  가혹한 운명 앞에서도 결코 무릎 꿇지 않고 다시 돌을 향해 손을 뻗는 순간, 시시포스는 형벌을 내린 신들보다 더 거대하고 존엄한 존재가 된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수많은 케이스를 다뤄온 경험으로 볼 때 이 상황은 결코 희망이 없는 막다른 길이 아니다. 현재의 강화된 심사 기조는 미국 내에서 영주권 신청을 전면 차단하는 일괄적 금지가 아니다. 이민국 ‘정책 메모’에 따르더라도,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 다만 심사관의 재량과 서류 검증이 한층 더 철저해진 것뿐이다.  정부의 이민 정책 기조 변화로 바위가 몇 번이고 굴러떨어질지언정, 철저한 서류 준비와 합법적 신분 유지가 뒷받침된다면 제도의 장벽은 얼마든지 돌파할 수 있다.  
 
 따라서 당사자들은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달라진 상황을 주시하면서 필요한 서류를 제대로 준비하고, 요구 사항에 따르고, 필요한 절차를 밟아가면 된다. 공연히 불안과 초조함에 길을 잃지 말라는 의미다.    
 
미국을 지탱하는 힘 가운데 하나는 매일 일터를 지키며 묵묵히 살아내는 평범한 이민자들의 땀방울이다. 제도가 아무리 까다롭게 바뀌고 문턱이 높아진들,  우리는 늘 올바른 답을 찾아냈고 이 땅에 뿌리를 내려왔다. 바위는 단단하지만, 준비된 우리의 법적 권리와 삶은 그보다 더 단단하다.

김원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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