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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노숙자” 보육원 온 천재 여고생…전국 뒤집은 진짜 정체

중앙일보

2026.06.22 13:00 2026.06.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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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 사건 현장에 있습니다
사건을 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취재수첩을 펼치고, 수십 년 묵은 기록을 뒤지며 진실의 파편을 모아온 사람들. 〈그것이 알고 싶다〉〈꼬꼬무〉〈용감한 형사들〉을 만든 최삼호 PD(28년 차)와 장윤정 작가(27년 차)가 함께 이 시리즈를 씁니다. 수십 년의 현장 취재에서 끝내 잊지 못한 사건들, 방송이 끝난 뒤에도 마음속에 남아 있던 그 장면들을 이제 글로 꺼냅니다. 그들이 꼽은 최악의 사건 현장 속으로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당신은 지금 사건 현장에 있습니다.”
제9화 명문 여고생 실종사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않을 자 몇이나 될까. 사는 일이 숨을 조여올 때, 누구나 한 번쯤 꿈꾼다.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곳에서 다시 시작할 순 없을까. 그럼 내 인생도 달라지지 않을까.

오늘 소개할 이야기는 필자의 취재 인생에서 가장 황당한 결말로 기억되는 사건이다. 추리에 자신 있는 독자라도, 이런 반전을 예측할 순 없다고 단언한다. 시간을 거슬러 그날의 현장으로 들어간다.
#1 천재로 불린 여고생의 실종
2010년 1월 5일. 지방의 한 명문 여고에 재학 중이던 열여덟 살 소녀가 실종됐다. 보충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소녀가 남긴 마지막 문자메시지는 이러했다.

" 6교시 보충 끝나고 집으로 쌩 달려갈게요. 오늘도 홧팅~!! 오늘도 눈이 올까요? "

자발적 가출의 징후는 없었다. 그렇다면 범죄? 경찰이 즉시 수사에 나섰지만 단서가 없었다. 실종 2주가 지나도 진전이 없자 경찰은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이 속속 드러난다. 사라진 소녀가 불과 4년 전까지 거리를 떠도는 노숙자였다는 것! 더 놀라운 건, 학교 문턱도 넘어본 적이 없던 소녀가 독학으로 명문 여고 전교 13등에 올라 자타공인 ‘천재’로 불렸다는 사실이다.

사연은 이렇다.
4년 전인 2006년 겨울. 소녀는 엄마가 쓴 편지 한 통을 품에 안고 보육원을 찾아왔다.
“1992년생. 이 아이 이름은 ○○입니다. 아비가 누군지 몰라 성은 붙이지 않았습니다. 사회에서 말하는 미혼모의 아이지요. 제 나이 열아홉에 아이를 낳았습니다. 출생신고도 하지 못했습니다. 어떻게든 같이 살아보려 했지만 더 이상은 힘들어 염치 불구하고 맡깁니다. 부디 불쌍한 이 아이를 저 대신 키워주십시오.”
서울에 있는 재래시장에서 엄마랑 같이 노숙하며 지냈다고 했다. 밥은 시장통에서 얻어먹고, 잠은 박스를 깔고 잤다고.
그렇게 보육원 생활이 시작됐다. 호적도 만들었다. 1992년생. 열네 살 김○○.
노숙 소녀의 보육원살이는 여러모로 충격이었다고 한다. 다음은 보육원 교사들의 증언이다.

" 선생님, 저도 이제 옷 빨아 입을 수 있는 거예요? "
" 선생님, 저 매일 똑같은 베개 베고 자는 게 소원이었어요. "
빨래도, 침대도 처음이라고 했다. 물론 학교도 가 본 적이 없다. 몇 학년으로 입학을 시킬지 테스트하기 위해 초등학교 문제지를 내밀자, ‘문제지가 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그런데 반전이 시작된다. 불과 1년 만에 초등학교·중학교 검정고시를 패스하고 그 지역 명문 여고에 합격한 것이다. 고교 진학 후에도 성적이 수직으로 상승해, 2학년 말에는 전교 13등에 올랐다. 장차 의대 진학을 꿈꾸고 있었다고 한다.
실종 당시 전단지

실종 당시 전단지

#2 노숙 소녀의 이중생활
그랬던 소녀가 왜 갑자기 사라진 걸까. 혹시 엄마를 찾아간 건 아닐까.
실종 일주일 전. 소녀가 보육원 원장에게 쓴 편지가 이를 뒷받침한다.

" 요즘 엄마 생각도 많이 납니다. 구체적인 게 아니라 막연하게 생각납니다. 왜 나와 관련된 부분이 복잡한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런 생각들이 많이 많이 듭니다. "

경찰이 4년 전 모녀가 노숙했다는 재래시장을 찾았다. 그런데 모녀를 기억하는 상인은 없었다. 그런 모녀가 있었다면,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학교 친구들이 전한 소녀의 과거는 뜻밖이었다. 소녀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 우리 아빠, 서울에서 유명한 병원 외과 의사야. 의료사고가 나서 그거 해결하느라 잠시 떨어져 지내는 거야. "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거짓일까.

경찰서로 제보 전화가 걸려왔다. 반전의 시작이다.

" 여고생 외삼촌인데요. 조카 지금 집에 친엄마랑 같이 있어요. 실종 전단 모두 거두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계속)
“소녀가 집으로 돌아왔다고?”
애타게 찾던 실종 여고생이 발견됐다는 소식. 하지만 경찰이 신원을 확인하자,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그녀는 92년생 여고생이 아니었다. 무려 3년이나 나이를 속인 89년생 성인이었다.
4년 동안 모두를 감쪽같이 속인 그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37502

최삼호.장윤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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