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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배낭에 숨겨 韓 들여온다…‘7만원 스시자로’의 습격

중앙일보

2026.06.22 13:00 2026.06.2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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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치료제 마운자로가 지난해 8월 20일 서울의 한 의원에 놓여 있다. 뉴시스

비만치료제 마운자로가 지난해 8월 20일 서울의 한 의원에 놓여 있다. 뉴시스

마운자로·위고비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국내보다 저렴한 해외에서 몰래 들여오려는 시도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는 오남용과 안전성 문제를 이유로 해외 구매 비만치료제의 국내 반입을 막고 있지만, 국내 비만 환자들의 약값 부담을 낮출 해법은 내놓지 않은 채 단속만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인천공항세관에서 비만치료제를 휴대해 들여오다 적발된 건수는 289건에 이른다. 지난해 9~12월 86건에 비해 빠르게 늘어났다. 비만치료제 열풍이 커지면서 해외에서 구매한 주사제를 여행 가방에 넣어 들여오려는 시도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국제우편을 통한 반입 시도는 더 가파르게 늘었다. 올해 1~5월 국제우편으로 비만치료제를 국내에 들어오다 적발된 건 총 2940건이었다. 월평균 약 600건, 하루 평균 20건꼴이다. 이미 지난해 전체 적발 건수(1107건)의 2.7배에 이르렀다.

온라인에서는 해외에서 마운자로 등을 구매한 경험담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가격이 저렴한 일본이나 인도에서 구입하는 사례가 늘면서 ‘스시(초밥)자로’, '인도자로'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기내 수하물은 전수조사하지 않아 괜찮다”, “한 달 치만 사와도 비행기 값을 뽑고 남는다”는 후기도 공유된다. 최근 일본에서 마운자로 두 달 치를 사 왔다는 A씨는 “손에 들고 있는 가방은 의심받을까 봐 배낭에 넣고 들어왔는데 다행히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관 단속만으로 급증하는 해외 반입을 차단하기는 쉽지 않다. 비만치료제가 적발되더라도 대부분 휴대품 압수에 그치고, 별도의 처벌 규정은 없다. 관세청 관계자는 “비만치료제를 대상으로 여행자 휴대품을 전수조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조만간 비만치료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해 불법 반입과 온라인 유통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당국의 단속에도 해외 구매가 늘어난 근본적인 원인은 국내외의 현격한 가격 차다. 마운자로 시작 용량인 2.5㎎의 경우 서울에서 가장 싸게 처방하는 이른바 ‘성지’ 의원 기준 4주 분량에 29만원이지만, 일본에선 7만4000원 수준이다. 10㎎은 국내에선 54만원, 일본은 29만4000원으로 용량에 따라 2~4배가량 차이 난다.

일본이 상대적으로 싼 것은 약값을 정하는 방식이 한국과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마운자로가 2형 당뇨병 치료제로 건강보험 가격 체계에 들어와 있어 정부가 약값을 관리한다. 비만 치료 목적 처방은 일본에서도 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비급여 처방을 하는 클리닉의 매입 단가가 보험 약값의 영향을 받고 있다. 여기에 온라인 진료 클리닉 간 가격 경쟁이 불 붙으면서 국내보다 낮은 가격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반면 한국은 지난달 한국릴리와의 건강보험 적용 협상이 결렬돼 당분간 비싼 비급여 가격이 유지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의료계와 소비자 사이에서는 “정부가 약값 부담은 낮추지 못한 채 해외 반입 단속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SNS에선 “스시자로 승리, 김치자로 패배”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를 두고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도비만을 건강보험 체계에서 질환으로 인정하고 치료 대상으로 포함하는 것이 약가 부담을 낮추는 합리적인 접근”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비만 치료는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한데, 이른바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치료제조차 가격 부담 때문에 정작 필요한 환자들이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미화 의원은 “비만치료제의 해외 반입 시도가 많이 늘어난 걸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만 볼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부는 불법 반입 단속과 함께 국내 가격 부담, 처방 관리 체계, 환자 안전 문제를 종합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남용 규제 강화에 앞서 비만을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하는 만성질환으로 보고, 당장 치료 필요성이 높은 중증 비만 환자들부터 적용하는 단계적 급여의 필요성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채혜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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