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아람 터프츠대 김구 석좌교수. 최근 논문 참고문헌 조작 의혹이 제기돼 대학과 학술지가 조사에 나섰다. [터프츠대 홈페이지]
미국의 저명한 한국학 연구자가 인공지능(AI)이 생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허위 참고문헌을 학술 논문에 사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논란의 중심에는 터프츠대 플레처 국제대학원 김구 재단의 허아람(Aram Hur) 석좌교수가 있다.
NK뉴스에 따르면 허 교수는 올해 봄호 학술지인 ‘Korea Observer’에 게재한 논문 「계엄령 이후 한국의 양극화 민주주의(Domestic Politics in 2025: South Korea‘s Polarized Democracy After Martial Law)」에서 실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참고문헌을 인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논문은 지난해 12월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양극화를 분석한 21쪽 분량의 리뷰 논문이다. 해당 논문은 2월 10일 제출돼 2월 21일 게재 승인을 받은 뒤 출판됐다.
논란은 중국·동아시아 권위주의 연구자인 크리스 캐러더스가 이달 초 소셜미디어를 통해 “논문 속 인용문헌 6건이 완전히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캐러더스는 “AI로 글을 생성하는 것은 쉽지만, 참고문헌을 적는다는 것은 실제로 해당 자료를 읽고 활용했다는 의미”라며 “존재하지 않는 출처를 인용했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문제가 된 논문에는 실제 한국학계의 저명 학자들 이름이 저자로 기재된 논문 6편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는 NK뉴스에 “해당 논문을 쓴 적이 없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실제로 2011년 병준 전 교수와 함께 쓴 글은 ’박정희 시대(The Park Chung Hee Era)‘에 수록된 장(章) 형태의 글”이라며 “문제의 논문에 인용된 제목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논문에 인용된 5~6개의 참고문헌이 완전히 잘못됐다”며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또 신기욱 스탠퍼드대 교수 역시 자신이 저자로 기재된 논문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다만 신 교수는 “현재 대학과 학술지가 조사 중인 만큼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NK뉴스는 논문에 포함된 나머지 4편의 참고문헌 역시 주요 학술 데이터베이스에서 존재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허 교수는 현재 터프츠대의 김구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난해 종신재직권(tenure)을 받았다.
그는 2023년 출간한 저서 ‘Narratives of Civic Duty’로 ‘미국정치학회(American Political Science Association)’가 수여하는 로버트 달상을 받는 등 미국 정치학계에서 주목받는 한국학 연구자로 평가받아 왔다.
터프츠대 측은 “허 교수가 현재 학술지와 대학의 조사 절차에 성실히 협조하고 있으며 조사 종료 전까지는 별도 입장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학계에서 AI 활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폴 입 홍콩대 교수가 AI가 생성한 허위 참고문헌이 논문에서 발견돼 보직에서 물러났고, 최근에는 AI 관련 저서를 출간한 작가가 AI가 조작한 인용문을 사용한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생성형 AI가 작성한 참고문헌을 충분한 검증 없이 사용할 경우 학문적 신뢰성과 연구 윤리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