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6만~8만 달러에 달하는 숫자 앞에서 “도대체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하나” 싶은 막막함이 밀려온다. 그러나 학교의 등록금 구조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숫자가 실제 지불 금액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국 대학·대학재정관리자협회(NACUBO)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는 이 현실을 숫자로 명확히 보여준다. 2025~2026학년도 신입 학부생에게 적용된 평균 학비 할인율은 무려 57.1%다. 전년도 54.5%보다 오른 역대 최고 수준이다.
쉽게 말해 대학이 등록금으로 1달러를 청구하면 실제로 거둬들이는 돈은 약 43센트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나머지 57센트는 대학 스스로 장학금과 재정보조 형태로 돌려준다.
이 구조를 전문가들은 흔히 ‘백화점 세일 전략’에 비유한다. 정가는 높게 걸어두되 실제 판매는 대폭 할인가로 하는 방식이다. 사립대들이 오랫동안 고수해 온 ‘고액 등록금-고액 재정보조(High Tuition, High Aid)’ 모델이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이 구조의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문제는 이 전략이 대학 재정을 서서히 갉아먹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입생 1인당 순수 등록금 수입은 전년 대비 2.2% 감소했고, 전체 학부생 기준으로도 1.9% 줄었다.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같은 대규모 기부금을 보유한 최상위 명문대들은 이 구조를 감당할 여력이 있다. 기부금 운용 수익이나 연구비, 부유층 학생들의 전액 납부 등록금으로 재정보조를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소 규모 사립대들은 다르다. 적립금과 운영예산을 끌어다 쓰면서 버티는 상황이 누적되면 재정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인구 변화라는 복병까지 더해졌다. 향후 고교 졸업생 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학들은 신입생 모집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을 알면서도 등록금 할인을 멈추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학생을 뺏기지 않으려면 더 많이 깎아줘야 하고, 더 많이 깎아주면 재정이 더 흔들린다.
예일대 내부 위원회는 최근 현행 학비 및 재정보조 체계가 너무 복잡하고 예측이 어렵다며, 입학 시점부터 졸업까지 실제 부담 비용을 더 명확하게 제시하도록 대학에 권고했다.
이 상황은 한인 가정과 무관하지 않다. 자녀의 대학 진학을 앞두고 등록금 고지서에 놀라 지원 자체를 망설이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중요한 것은 명목 등록금에 지레 겁먹지 않고 반드시 재정보조를 신청하는 것이다. 사립대의 높은 등록금은 허수이고, 낮은 실질 부담액은 진실이다. 그러나 그 구조를 지탱하는 재정 모델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화려한 세일 간판 뒤에서 조용히 흔들리고 있는 대학들의 속사정을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