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다 순식간에 삼켜졌다…동해안 ‘사람 잡는 파도’ 정체
중앙일보
2026.06.23 14:54
2026.06.23 18:03
강원 동해안에 풍랑 특보가 발효 중인 지난 21일 강원 양양군 동호해변에 강한 파도가 치고 있다. 연합뉴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동해안에서 너울성 파도에 따른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24일 동해지방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동해안에 너울성 파도가 지속해서 유입된 지난 6∼7일 강원과 경북 동해안에서만 연안 사고 18건이 발생했다. 해변에서 사진 촬영을 하다가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 2명이 바다에 빠지고 그중 1명이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너울은 ‘어떤 장소의 바람에 의해 직접 일어난 파도가 아닌 물결’을 말한다. 기상청은 너울에 대해 “먼바다에서 발생한 강한 풍파의 에너지가 해안까지 전달돼 바람이 불지 않아도 갑작스럽게 파도가 일어나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기상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너울은 파주기가 8초 이상으로 길기 때문에 위험하다. 주기가 긴 너울이 얕은 바다로 들어올 경우 바닥과 마찰하며 파속과 파장이 줄어든다. 파주기는 감소하지 않으므로 파장이 짧아지고 너울이 품은 에너지가 압축돼 파고가 높아지게 된다.
풍랑과 달리 마루가 둥그스름하고 파고가 완만해 잘 보이지 않던 너울이 얕은 바다에 이르러 파고가 높아지기 때문에 해안가에서 집채만 한 파도가 갑작스레 들이닥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되는 것이다.
너울이 먼 바다로 나간 저기압이나 태풍에 의해 발생하는 점도 위험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저기압과 태풍에 바람과 풍랑이 거셌던 상황이 진정된 뒤 바다가 잔잔해지면서 경각심이 떨어졌을 때 너울이 들이닥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주로 섬이 없고 해안선이 단조로운 동해 쪽에서 너울이 많이 발생한다. 2023년까지 11년간 동해안에서 너울성 파도가 관측된 날은 연평균 97.7일로 남해안(55.4일)과 서해안(31.4일)에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많다.
계절을 고려하면 가을부터 봄까지 너울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너울에 의한 사고는 해안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는 여름철이다.
2018년 한국한국해안·해양공학회 논문집에 실린 논문(동해안 너울 사고 특성 분석 및 대응방안 수립)에 따르면 2013∼2017년 동해안 너울 사고 사례를 분석한 결과 여름에 발생한 사고가 42%로 가장 많았고 가을(35%), 겨울(19%), 봄(4%) 순이었다.
너울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면 해안에는 되도록 가지 말아야 한다. 특히 당장 높은 물결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안에서 나오라는 안내를 무시해선 안 된다.
한편 기상청은 지난해 10월부터 해양기상정보포털을 통해 우리나라 주변 전 해역을 2877개의 소해구로 나눠 너울 위험 예측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장구슬([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