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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노동시장은 아직 AI 세대를 모른다

Los Angeles

2026.06.23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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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나 정 / LA독자

레지나 정 / LA독자

매년 5월과 6월이면 미국 대학들은 300만 명이 넘는 사회 초년생들을 쏟아낸다. 그러나 2026년 졸업생들의 출발선은 유독 냉혹하다. 졸업식 연사가 축사 도중 ‘인공지능(AI)’을 언급할 때마다 곳곳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고 한다. AI에 가장 익숙한 세대가 AI 때문에 가장 큰 충격을 받고 있다.
 
미국 경제는 성장하고 있고 실업률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22~27세 사회 초년생의 실업률은 전국 평균(4.3%)을 웃도는 5.7%에 달한다. 블룸버그는 지난 3년 동안 기업들의 신입 인력 채용 공고가 35% 감소했다고 보도했으며, 하버드대학의 노동경제학자 래리 카츠는 현재의 구직난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침체기 수준이라 진단한다.  
 
AI가 채용 시장 자체를 바꾼 것도 문제다. 시사지 '더 애틀랜틱(The Atlantic)'은  지금의 구직시장은 인간적 교감과 검증 방식이 무너진 상태로 서로를 기만하는 소모전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구직자는 AI를 이용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AI 면접을 준비해 수백 곳에 지원한다. 기업은 쏟아지는 유사한 지원서를 AI로 걸러낸다. 채용 과정에서 사람은 마지막 단계에나 등장한다.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최근 에세이에서 “AI는 과거 어떤 기술보다 노동시장에 큰 충격을 줄 것이며, 그 충격은 장시간 지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학 교육이 쓸모없는 사치로 전락했다는 회의론도 등장했다. 그러나 급격한 기술 전환기일수록 대학 교육은 여전히 중요한 자산이다. 달라진 것은 시장이 요구하는 자격의 눈높이다. 기업들은 이제 경험 없는 신입보다 실무 경험과 기술 전문성, AI 활용 능력을 갖춘 인재를 원한다. 서류로 증명하기 어려운 의사소통 능력과 리더십도 요구한다.  
 
대학 역시 AI 시대의 교육 방식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불안한 학생들은 입학 직후부터 학업과 병행해 시장 조사와 아이디어 발전, 법인 설립까지 창업 전반을 배우기 시작했다. 역설적으로 AI는 창업 문턱을 낮추고 있다. 인턴십과 실무 경험, 동아리 활동 등은 취업 성공률을 두 배로 끌어 올려주는 자산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은 수천에서 수만 달러를 들여 자녀에게 커리어 코치를 붙여주고 이를 투자라고 한다.  
 
대학들이 방향을 모색하는 사이 새로운 교육 실험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 4월, 비영리 교육기관 칸 아카데미와 테드(TED), 국제교육평가기관(ETS)이 손잡고 ‘칸 테드 인스티튜트’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AI 시대에 필요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목적이다. 과거에는 정답을 빨리 찾아야 했다면, 이제는 정답이 바뀔 때마다 다시 배워야 한다.    
 
올해 졸업생들이 지나온 길은 유난히 험난했다. 고교 시절엔 팬데믹으로 고립됐고, 대학 시절엔 캠퍼스 안팎의 정치·사회적 갈등을 지켜봤으며, 사회로 나서는 문턱에선 AI 소용돌이를 만났다. 이들은 AI를 가장 능숙하게 사용하는 세대이지만 노동시장은 그 능력을 아직 평가할 방법을 모른다.
 
구직 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개인의 능력보다 시기와 구조의 문제다. 그러니 자책할 이유가 없다. 기성세대 역시 정확한 길을 알고 사회생활을 시작하지 않았다. 100세 시대에 잠시 부모 집으로 돌아가 ‘부메랑 키드’가 되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다. 첫 직장이 평생직장이 아니므로, 인턴, 계약직, 자원봉사, 프로젝트, 긱 워크(Gig work) 등 기회가 되는 대로 실무 경험을 쌓아 ‘중고 신인’으로 진화하는 유연성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 MBA 졸업식에서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AI 시대를 살아갈 바람직한 자세에 대해 말해 관심을 모았다. 그는 변화와 불확실성을 수용하고, 정직한 리더십을 추구하며, 회복 탄력성을 기르고, 인간적 연결을 소중히 여길 것을 주문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세상이 바뀔 때마다 가장 먼저 흔들린 사람들은 대개 가장 먼저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노동시장이 아직 모를 뿐이다.

레지나 정 / LA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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