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월이 되면 한미무용연합 진발레스쿨이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행사가 있다. 바로 6·25 참전용사 기념행사다. 올해도 어김없이 초청을 받았다.월드컵 응원 행사와 각종 공연으로 바쁜 시기지만 이 행사만큼은 꼭 참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아픔을 다음 세대에게 전하고, 참전용사들의 희생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소중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공연 준비 중 LA에서 태어난 여섯 살 한인 학생이 내게 물었다. “선생님, 한국전쟁이 뭐예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아주 오래전 한국에서 전쟁이 있었고, 많은 사람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됐단다. 그래서 오늘 우리가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거야”라고 설명해 줬다. 하지만 어린아이에게 전쟁의 의미를 모두 이해시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오늘 행사에 가면 더 잘 알게 될 거야”라고 덧붙였다.
퍼시픽 팰리세이즈 재향군인회관에서 열린 한국전쟁 76주년 기념행사에는 한국과 미국의 참전용사와 가족들, 지역사회 인사들이 함께했다. 한국전쟁의 역사와 희생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었고, 기념사와 감사 영상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영상을 바라보며 역사 속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특히 한국과 미국의 참전용사들이 반갑게 재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자유를 위해 헌신했던 분들이 서로의 건강을 기원하며 따뜻하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분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하고, 우리가 자유롭게 살며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이날 학생들과 함께 ‘한미 우정의 깃발’, ‘카르멘’, ‘독도는 우리 땅’을 공연했다. 여섯 살 어린 학생들부터 시니어 단원들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출연자들이 한 무대에 서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했다.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역사를 배우고, 봉사의 가치를 나누며, 세대 간의 화합을 경험하는 살아있는 교육의 현장이었다. 그날 우리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예술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매년 뜻깊은 행사를 준비하는 대한민국 육군협회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를르 전한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과 참전용사들에 대한 존경이 없다면 오랜 세월 이런 행사를 이어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또 바쁜 주말에도 기꺼이 아이들과 함께해 준 학부모님들께도 감사드린다. 사업과 가정의 일을 뒤로하고 봉사에 참여하는 모습은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좋은 교육이 되었을 것이다.공연 후에는 봉사 공로상을 받는 뜻깊은 시간도 있었다. 그 상은 학생들과 실버 발레팀, 학부모님들, 그리고 함께 봉사한 모든 분과 나누고 싶다.
그날 우리는 단순히 무대에 오른 것이 아니었다. 역사를 배우고, 감사를 전하고, 봉사의 의미를 나누었다. 아이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그리고 왜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지 조금씩 배워가는 시간을 가졌다. 그것이 우리가 예술을 통해 지역 사회와 함께 하는 이유일 것이다. 정체성을 지키며, 감사의 마음을 다음 세대에 전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 기억 속에서 우리를 잊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