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대법원이 범죄 전력이 있는 영주권자의 재입국 제한과 관련해 정부의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판결을 내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추방 정책이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23일 연방 대법원은 정부가 영주권자의 입국을 거부하기 위해 해당 인물이 ‘도덕적 품성에 반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명백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clear and convincing evidence)’로 입증할 의무는 없다고 판시(찬성 6명·반대 3명)했다.
다수 의견을 작성한 클래런스 토마스 대법관은 의견서에서 “이민법은 그러한 높은 수준의 입증 요건을 부과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는 사실상 정부가 까다로운 입증 절차 없이도 범죄 혐의가 있는 영주권자의 입국을 거부할 수 있는 광범위한 재량권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이번 판결로 공항 등 국경에서 영주권자에 대한 신분 심사가 한층 엄격해지고, 범죄 이력이 조금이라도 확인될 경우 입국 불허나 추방 절차로 직행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다만 이번 판결이 실제 이민 심사와 추방 절차에 어떤 범위까지 적용될지는 향후 법원 판단과 정부의 집행 과정에서 보다 구체화될 전망이다.
같은 날,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통제 기조에 힘을 실어주는 사법부의 또 다른 결정도 나왔다.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은 2대 1 판결로 하급심 결정을 뒤집고, 국토안보부(DHS)가 신속 추방 제도를 전국적으로 확대 적용하는 것을 허용했다.
당초 신속 추방 제도는 국경을 넘은 직후 체포된 불법 이민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적용돼 왔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지난해 이를 대폭 확대해, 불법 입국자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 체포된 비시민권자라 하더라도 거주 기간(2년 이상)을 입증하지 못하면 즉각 신속 추방 대상에 포함하도록 했다. 앞서 연방법원은 적법절차 침해 우려로 제동을 걸었으나, 항소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제도의 적용 범위를 법이 허용하는 최대치까지 넓히는 것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사법부의 모든 결정이 행정부의 손을 들어준 것은 아니다. 패트릭 케이시 피츠 연방 가주 북부지법 판사는 23일 이민법원 복도에서 불법체류자 체포가 불법이라 판결했다. 또 페르난도 M. 올긴 연방 가주 중부지법 판사는 최근 LA시의 ‘이민자 보호 도시 조례’를 무효화해달라며 연방정부가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연방정부는 해당 조례가 정부 간 면책 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으나, 올긴 판사는 “위반 사실을 입증하기엔 주장이 불충분하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이 조례는 연방을 직접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LA시 공무원의 행동을 통제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연방정부 측에 내달 3일까지 수정 소장을 제출할 기회는 남겨뒀다.
한편, 현장에서는 실제 추방 집행 규모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19일 워싱턴 이그재미너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에서 출발한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추방 항공편은 약 300편으로 집계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월간 기준 최고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