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이민법원에서 지난해 10월 27일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이민 심리를 마치고 나온 이민자를 체포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은 24일 ICE가 전국 이민법원 내에서 이민자를 체포하는 관행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로이터]
캘리포니아의 한 연방판사가 전국 이민법원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이민자를 체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대규모 불법체류자 추방 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의 P. 케이시 피츠 판사는 24일 71쪽 분량의 판결문을 통해 ICE의 법원 내 체포 관행이 “자의적이고 변덕스럽다(arbitrary and capricious)”며 중단을 명령했다.
이번 판결은 비시민권자들이 제기한 집단소송의 결과다. 원고들은 ICE가 이민법원에 출석한 이민자들을 체포해 장기간 구금하는 관행이 적법절차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불법체류자 단속을 강화하면서 법원 안팎에서 체포를 자제하도록 했던 기존 지침을 폐기했다. 이후 정기 심리나 신분 확인 절차에 참석한 이민자들이 법원에서 체포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LA에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우등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10대 학생이 졸업식 다음 날 이민법원에서 체포됐고, 한 아버지는 추방 사건이 기각된 직후 8세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갑이 채워져 연행되기도 했다.
이민 전문 변호사들은 “법을 준수하려는 이민자들이 오히려 처벌받고 있다”며 반발해 왔다. 반면 국토안보부(DHS)는 법원이 신분이 확인된 불법체류자를 체포하기에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장소라고 주장해 왔다.
피츠 판사는 판결문에서 “법원 체포는 이민자들의 출석 의지를 위축시키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ICE는 이러한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11월에도 북가주 지역 이민법원에서의 체포를 제한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판결문에서 그는 “이민자들은 법원에 출석해 체포될 위험을 감수하거나, 출석을 포기하고 망명 신청 기회 자체를 잃는 두 가지 회복 불가능한 피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법원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궐석 추방 명령(in absentia removal order)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 연방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궐석 추방 명령 건수는 2024회계연도 약 1만9000건에서 2025회계연도 5만 건 이상으로 급증했다.
트럼프 행정부 측은 즉각 반발했다. 국토안보부 법률고문인 제임스 퍼시벌은 소셜미디어 X를 통해 “반미적 개방국경 정책을 위한 노골적인 사법 행동주의”라고 비판했다. 그는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즉시 구금되듯 이민판사로부터 추방 명령을 받은 사람도 마찬가지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법무부 관리로 일했던 진 해밀턴 변호사도 “불법체류자를 이민법원에서 체포할 수 없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항소심에서 뒤집힐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 소속 보니 왓슨 콜먼 연방하원의원(뉴저지)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민법원 출석자를 연방 요원이 체포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민법을 준수하려는 사람들은 선의의 노력 때문에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며 “재판 출석자들을 체계적으로 체포하는 관행은 공정성이라는 미국의 기본 가치를 훼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