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2차 베이비부머(1964~74년생) 세대들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다. 1차 베이비부머 세대들에 비해 경제력도 높아졌다.
대한민국 고령화 속도는 위협적이다. 2025년 인구 5명 중 1명(20.34%, 1051만 명)이 65세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30년엔 4명 중 1명(25.3%,1298만명)이, 2040년엔 3명 중 1명(34.3%,1715만명)이 65세 이상 노인이 된다.
‘이팩트: 이것이팩트다’ 취재팀이 실버타운을 현장 취재했다. 우리나라 실버타운 가운데 현재 트렌드를 대변하고 만족도가 높은 곳을 찾았다. 입주 세대에 실버타운을 선택한 이유와 실질적 부담, 만족도에 대해 물었다. 규모화·고급화라는 최신 실버타운 분양 추세도 생생하게 짚는다. ‘실버타운 리포트’는 2주에 걸쳐 연속 보도한다.
" 난 친구들한테 우리 리조트에 놀러 오라고 해요. "
자택에서 만난 유매림(69)씨는 실버타운 대신 리조트라는 표현을 썼다.
" 청소·빨래 다 해줘, 골프연습장·수영장·헬스장·사우나 있지, 먹는 건 식당 가면 되고, 프로그램이 좋아서 자기가 원하는 거 골라서 할 수 있고, 그러면 리조트보다 더 나은 거 아니에요? "
부부의 집은 밝고 넓었다. 연한 나무색 바닥은 문턱 없이 전체로 이어졌다. 방 두 개, 화장실 두 개에 큰 거실. 방마다 비상벨이 있었고 눈부시지 않은 간접등이 달렸다. 식탁 위 펜던트 조명 아래서 부부는 다음 날 일정을 이야기했다.
경기도 의왕시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앞쪽은 실버타운, 뒤쪽은 일반 오피스텔로 총 1378세대다. 박성훈 기자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입구에서 보면 일반 아파트 같은데 이곳에 실버타운 536세대와 오피스텔 842세대가 함께 있다. 2025년 11월 입주가 시작됐다.
남편 이해돈(72)씨는 서울시와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일하다 퇴직했다. 부부는 코로나 때 서울 생활을 정리한 뒤 유씨 고향인 청주에서 5년을 지냈다. 여행을 다니고 둘레길을 걸었다. 그 삶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부부는 다음 집을 찾기 시작했다.
" 서울에 오래 살았는데 은퇴한 사람이 계속 그렇게 복잡한 데 있을 필요가 있나 싶었어요. 여유로우면서도 즐겁게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부부는 서울 성동구 옥수동 아파트를 반전세로 돌렸다. 실버타운 여러 곳을 둘러본 뒤 2023년 분양 중이던 백운호수 옆 실버타운에 자리 잡기로 했다. 남편은 산과 물이 좋았고, 아내는 사람과 시간을 원했다.
" 가장 만족스러운 건 가사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에요. "
이해돈-유매림 부부가 거주하는 실버타운. 2개의 방과 큰 거실로 구성된 34평형이다.
원래 유씨는 중등 영어 교사였다.
" 식사 준비 안 해도 되는 게 좋았어요. 필요하면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서 먹으면 되고, 청소는 주 2회 와서 창틀까지 닦아줘요. 대신 그 시간에 새로운 취미 활동을 찾아서 해요.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입니다. 보통 아침 7시에 사우나에 갔다가 10시쯤 기체조를 하고 이웃들과 탁구도 해요. 여기 와서 남편에게 처음 당구도 배웠어요. 오후에는 친한 분들과 아쿠아로빅을 하는데 석 달 만에 3.5㎏이나 빠졌습니다. 들어와서 더 건강해지고 있어요.” "
프로그램은 대부분 무료다. 지하 2층 커뮤니티 시설 면적은 3500평. 스마트폰 활용법부터 미술 심리치유, 오카리나, 라인댄스, 힐링 요가, 백제 인문학, 영문법 기초 등 개설된 프로그램 수가 70개였다.
지난 설 땐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를 만드는 쿠킹 강의가 인기였다. 스크린 골프 연습장은 하루 1회 무료, 추가는 시간당 3000원만 내면 된다. 20석 규모의 영화 관람 시설엔 전날 ‘기생충’을 상영해 자리가 부족했다. 아쉬운 점은 없는지 물었다.
" 만족도는 120%예요. 식사 메뉴를 더 다양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정도예요. "
부족한 건 대형 병원이 근처에 없다는 점이었다. 입주민들은 인덕원이나 판교를 오가는 셔틀버스를 이용해 대형 병원에 다닌다. 시행사 측은 2028년 인근에 종합병원이 들어올 예정이라고 했다.
이곳에서 지내는데 드는 비용은 얼마나 되는지 물었다. 유씨는 실버타운의 6월 청구 명세서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