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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가 200번 부르고 깨달았다, 결혼날 플리마켓 여는 부부 사연

중앙일보

2026.06.2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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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혁·최아연씨는 오는 27일 충북도청 문화광장815에서 야외 결혼식을 올린다. 이들 부부는 청주 곳곳을 돌며 웨딩 사진을 촬영했다. 사진 백인혁씨

백인혁·최아연씨는 오는 27일 충북도청 문화광장815에서 야외 결혼식을 올린다. 이들 부부는 청주 곳곳을 돌며 웨딩 사진을 촬영했다. 사진 백인혁씨



“판박이 결혼식은 그만”…축제형 결혼식 기획

“결혼식장에서 축가를 200번도 넘게 불러봤습니다. 시간에 쫓기듯 20~30분 만에 끝나는 판박이 웨딩이 대부분이었죠. 평생 한 번뿐인 결혼식이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백지에 그림을 그리듯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결혼식을 준비했습니다.”

‘탈(脫) 웨딩홀’을 선언한 예비부부 백인혁(33)·최아연(29)씨가 지난 23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백씨는 “원단을 직접 골라 만든 드레스를 마무리하고 공연·나눔 장터 준비로 정신이 없다”면서도 “충북의 상징적 공간이자 어릴 적 추억이 깃든 원도심에서 결혼식을 하게 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에서 뮤지션이자, 문화기획자로 일하는 이들 부부는 오는 27일 충북도청 본관 뒤편에 있는 잔디밭 ‘문화광장 815’에서 결혼식을 한다. 이 광장은 충북도가 지난해 광복절에 맞춰 개장한 공간으로 잔디밭 규모만 2000㎡에 달한다. 결혼식장을 무료로 대여하는 충북도 청년축복웨딩 사업에 응모한 백씨 부부가 도청 결혼식의 첫 주인공이 됐다.
충북도는 본관 뒤편에 있는 주차장을 잔디광장으로 바꾸고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진 충북도

충북도는 본관 뒤편에 있는 주차장을 잔디광장으로 바꾸고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진 충북도



"장터 수익금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기부”

충북도는 하객석, 무대·꽃장식 등을 지원하며, 피로연 장소로 도청 구내식당을 대여한다. 비가 오는 등 기상 악화 때는 지난해 리모델링을 마친 대회의실을 선택할 수 있다. 곽인숙 충북도 인구청년정책담당관은 “예비부부의 취향을 살려 시간과 무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게 도청 광장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부부가 기획한 결혼식은 청첩장부터 특별하다. ‘오시는 길’ 대신 ‘Festival map(축제장 지도)’이 한 면을 차지한다. 광장 중간에 웨딩 무대가 그려져 있었고, 부부의 애장품을 나누는 나눔 장터, 커피 부스, 캠핑용품으로 꾸민 ‘취미존’ 등이 표시됐다. 식 전·후 공연을 하는 밴드·솔로 가수 목록도 보였다. 전체 예식 시간은 2시간 10분으로 잡았다.

최씨는 “청첩장을 인스타(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렸더니 조회 수가 5만3000회나 나오고, 공유도 400회나 됐다”며 “틀을 깬 결혼식을 원하는 청년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백씨는 “MZ세대가 관행적인 결혼식에 거부감을 느끼는 게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며 “막대한 비용에 걸맞은 값어치를 못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백인혁씨는 원도심 상권 활성화에 도움을 주기 위해 성안길 식당 이용권을 하객에게 배부한다. 사진 백인혁씨

백인혁씨는 원도심 상권 활성화에 도움을 주기 위해 성안길 식당 이용권을 하객에게 배부한다. 사진 백인혁씨



“상권 활성화 보탬 되길” 원도심 식당 10여곳 쿠폰 마련

도청 광장에 마련할 나눔 장터엔 백씨 부부가 평소 아끼던 옷·신발·악기·캠핑 장비 등 애장품 50여 점이 매대에 오른다. 백씨는 “장터 구색을 갖추기 위해 중고장터 대표님도 모셔서 플리마켓을 운영할 예정”며 “판매 금액은 학교밖청소년센터나 소년범 교정기관에 전액 기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소년범 교정기관에서 음악회 준비를 지도하면서, 학교 밖 청소년들이 사회에 적응하는데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피로연 장소는 도청 구내식당 외에도 인근 성안길 식당 10여 곳을 직접 섭외했다. 백씨는 “부모님 지인분들이나 친지 등은 구내식당에 모시고, 아내와 제 친구들은 원도심에 있는 식당을 이용할 수 있게 쿠폰을 마련했다”며 “아내와 한 번이라도 갔던 식당들을 한·중·일·양식으로 나눈 뒤 사장님들을 일일이 찾아가 취지를 설명했다”고 말했다. 백씨는 초·중·고를 청주에서 나온 토박이다. 그는 “원도심을 지키는 상인분들을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 식당 자유이용권을 준비했다”며 “결혼식 이튿날까지 쿠폰을 사용할 수 있고, 금액은 우리 부부가 후불로 결제할 예정”이라고 했다.

아연씨는 결혼식 당일 재봉틀 작가와 협업한 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에 선다. 드레스 2벌 중 한 벌은 버려진 천으로, 나머지 한 벌은 8만원짜리 원단을 사용했다. 최씨는 “언니 결혼식 때 수백만 원에 달하는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비용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직접 원단을 고르고, 디자인에 참여해 만든 드레스라 더 애착이 간다”며 웃었다.



최종권([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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