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군용드론 업체들은 수십대 드론이 스스로 소통해 목표를 타격하는 '군집비행'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사진 파블로항공
지난 21일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밤하늘에 인형을 태운 드론 다섯 대가 떠올랐다. 여느 드론쇼와 달리 일일이 경로를 입력하지 않아도 대략 명령을 내리면 드론들이 서로 소통하며 제자리를 찾아갔다. 국내 드론 스타트업 파블로항공의 자율 군집비행 기술이다. 이 회사는 자율 비행 군용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
이란 전쟁을 통해 드론이 현대전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이번 전쟁에서 이란은 대당 5000만원 안팎의 자폭 드론 ‘샤헤드-136’을 퍼부었고 이를 막기 위해 60억원에 달하는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을 쏘는 ‘비용 불균형’이 거듭됐다. 미국도 샤헤드를 본뜬 저가 드론 ‘루카스(LUCAS)’를 투입했을 정도다. 값싼 드론을 얼마나 대량 투입해 운용하는지가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드론 스타트업 파블로항공의 김영준 의장이 폼보드로 만든 저가 공격용 드론 S10s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파블로항공
K방산은 전차, 자주포 등 재래식 무기 영역에선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지만, 군용 드론은 후발주자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츠앤드마켓츠에 따르면 세계 군용 드론 시장은 2025년 158억 달러(약 24조4315억원)에서 2030년 228억 달러(약 35조2556억원)로 매년 7.8%씩 성장할 전망이다.
이 시장에 도전할만한 K방산 기업은 아직 눈에 띄지 않지만, 이란전을 계기로 드론이 주목받으면서 K방산에서도 한국판 안두릴(미국 방산 기술기업)을 꿈꾸는 스타트업이 줄줄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니어스랩, 파블로항공 등이 대표적이다.
김주원 기자
이들이 개발하는 드론의 핵심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파블로항공이 폼보드 같은 저가 소재로 자폭 드론을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은 1000만원 이하다. 여기의 한 명이 드론 20대를 제어하는 군집비행 기술은 병력 감소에 대응할 수 있다. 김영준 파블로항공 의장은 “드론의 스펙, 하드웨어 경쟁보다는 저가 드론을 빠르게 생산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군집비행이 주류 기술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니어스랩은 시속 250㎞로 적 드론에 돌진, 부딪혀 폭파하는 3㎏짜리 소형 요격드론 ‘카이든’을 개발했다. 최재혁 니어스랩 대표는 “현대 방공은 성능 경쟁보다 지속 가능한 체계를 만들 수 있느냐의 싸움이다. ‘소모형 위협엔 소모형 체계로 대응한다’는 게 카이든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드론 스타트업 니어스랩의 최재혁 대표(왼쪽)가 군용 자폭드론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니어스랩
K드론 스타트업의 기술 추격 속도는 빠르다. 문제는 실전 경험과 납품 실적이다. 국내엔 각종 규제로 민간 업체가 드론 폭파 실험을 할 만한 장소가 없고 군이 새 무기 체계를 들여오려면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김 의장은 “군 납품 실적이 없다 보니 해외에 나가면 ‘너희 나라에서도 안 쓰는데 우리가 왜 쓰느냐’는 말도 듣는다. 자폭 실험을 할 수 없어 캐나다에서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전향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산학과 교수는 “현재 군이 새로운 무기를 획득하려면 절차상 5년에서 10년이 걸리는데 드론 같은 분야는 시제품을 소량이라도 빠르게 구매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드론이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돼 업계가 너무 영세하다는 우려도 있다. 항공안전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 6493개 드론 관련 업체가 있지만, 평균 매출은 1억7100만원에 불과하다. 드론 제작 업체만 따져봐도 평균 매출이 6억8600만원 수준이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자본력과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진입할 수 있도록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며 “동시에 역량 있는 스타트업에는 더욱 과감한 정부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