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건축·교통 결합 ‘새로운 지하철’ 지상 공간 활성화·배차 간격은 숙제 연결성 상승…시민 공간으로 거듭나야
LA 메트로 D라인 윌셔/라브레아역에 설치된 이먼 오레-기론의 작품. 새 D라인 연장 구간은 공공예술과 현대적 디자인을 결합한 역사로 평가받고 있다.
LA 대중교통 역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추진돼 온 사업 가운데 하나인 지하철 D라인(구 퍼플라인) 서부 연장 구간이 마침내 시민들에게 공개됐다. 수십 년 동안 정치적 갈등과 재정 문제, 각종 소송과 공사 지연을 겪었던 이 사업은 이제 윌셔/웨스턴역을 넘어 윌셔/라브레아, 윌셔/페어팩스, 윌셔/라시에네가 등 3개 신규 역을 연결하며 본격적인 운행에 들어갔다.
윌셔/라시에네가역 입구 광장. 현대적이고 깔끔한 디자인을 갖췄지만 그늘과 녹지, 휴식 공간이 부족해 주민들의 모임이나 커뮤니티 활동을 유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윌셔/라브레아역 내부 모습. 역사 내부는 밝고 개방적인 설계를 적용해 이용객들의 이동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였으며, 유리 출입 게이트를 통해 개방감을 유지하면서도 효율적인 승객 관리를 가능하게 했다.
이번 연장 구간은 단순히 지하철 노선이 늘어난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도시가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훨씬 더 연결된 느낌을 준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자동차 중심 도시 구조와 만성적인 교통체증, 넓게 분산된 생활권으로 인해 단절돼 있던 LA가 점차 하나의 도시로 묶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새 역사들은 기존 LA 메트로 역사와 차별화된 디자인과 공공예술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 역들이 기능 중심으로 설계됐다면 이번 D라인 역사는 건축과 예술, 조명, 동선 설계가 하나의 공간 경험으로 통합됐다. 이용객들은 단순히 열차를 타기 위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 공간을 통과하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역 내부에서는 예술 작품이 단순히 벽에 걸려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간 자체를 구성한다. 작품은 벽면이 되고, 조명은 예술을 강조하는 요소가 되며, 에스컬레이터와 통로, 천장 디자인도 전체적인 미적 경험의 일부로 작동한다. 이러한 통합적 설계는 이용객이 자연스럽게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우면서도 지루할 수 있는 이동 시간을 문화적 경험으로 바꾸고 있다.
이먼 오레-기론의 작품 ‘Infinite Landscape: Los Angeles Para Siempre’가 LA 메트로 D라인 윌셔/라브레아역 에스컬레이터 옆에 설치돼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윌셔/라브레아역이다. 이먼 오레-기론(Eamon Ore-Giron)의 작품 ‘Infinite Landscape: Los Angeles Para Siempre’는 윌셔가의 아르데코 건축 양식과 지하철이 터널을 질주하는 속도감을 추상적인 선과 패턴으로 표현했다. 이용객들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작품의 의미를 각기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같은 역에 설치된 마크 딘 베카(Mark Dean Veca)의 ‘Miracle of La Brea’ 역시 지역의 정체성을 반영한다. 인근 라브레아 타르 피트와 석유 산업, 과거 농업 지역의 역사적 흔적을 현대적 그래픽으로 풀어냈다. 단순한 장식이 아닌 지역 역사와 문화가 공간에 녹아든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LA 메트로 공공예술 프로그램의 진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이기도 하다. 메트로는 1980년대부터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으며 지금까지 200점이 넘는 작품을 역사와 차량, 공공공간에 설치했다. 이는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대중교통 공공예술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용 환경 역시 크게 개선됐다. 새 역사들은 기존 역사보다 훨씬 밝고 개방적이다. 유리 엘리베이터와 넓은 시야 확보, 층간 연결 공간 확대 등을 통해 이용객들이 방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콘크리트 위주의 어두운 공간이었던 과거 지하철 역사와 비교하면 훨씬 쾌적하고 안전한 느낌을 준다.
특히 메트로는 이번 연장 구간에서 ‘통합 디자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표지판, 조명, 벽체, 마감재 등을 공통된 언어로 설계해 역마다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전체 노선의 통일성을 확보했다. 과거 역들이 개별 건축가의 실험적 디자인에 따라 품질 차이가 컸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진전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지하 공간의 성공과 달리 지상 공간에 대해서는 비판도 적지 않다. 새 역사 입구 주변 광장은 깔끔하고 현대적으로 조성됐지만 시민들이 머물고 교류할 수 있는 공공 공간으로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나무 그늘과 벤치, 조경, 공공예술, 휴식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사실상 통행 공간 역할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홈리스 문제와 안전, 유지관리 부담을 우려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지나친 통제 중심 설계는 결국 공공 공간 본연의 기능을 약화시킨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윌셔/페어팩스역에서는 인근 댄스 스튜디오 수강생들이 부족한 그늘 아래 모여 연습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시민 활동은 존재하지만 공간이 이를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교통 서비스 측면에서도 개선 과제가 남아 있다. 여러 차례 현장을 방문한 이용객들은 열차 배차 간격이 10~12분 수준에 머물러 기대만큼 편리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이용자를 대중교통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보다 촘촘한 운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문제는 ‘라스트 마일(Last Mile)’이다. 역에 도착한 뒤 최종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수단이 여전히 부족하다. 역 주변 주차 공간이 넉넉하지 않고 자전거 공유 서비스 역시 반납 장소 제약이 있어 이용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결국 현재 시스템은 대중교통이 반드시 필요한 이용자에게는 유용하지만, 자동차를 가진 주민들을 대규모로 끌어들이기에는 아직 부족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D라인 연장은 LA 도시 발전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미라클 마일과 박물관 지구, 다운타운을 빠르게 연결하면서 도시 공간의 체감 거리를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LA카운티 미술관(LACMA) 인근에서 다운타운까지 약 20분 만에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문화시설과 업무지구 접근성이 크게 향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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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제목은 6월 22일자 ‘The D Line’s stunning interiors leave its barren street-level plazas wanting'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