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 의회 의사당에서 상원 운영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들과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과정에서 표면화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여당인 공화당 내 소장파 의원들 사이의 갈등이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비공개 오찬을 겸한 간담회에서 이란 전쟁 및 입법 우선순위를 둘러싸고 고성이 오가는 등 격한 충돌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CNN 등 외신을 종합하면, 연방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상원 운영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간담회는 긴장된 분위기 속에 시작됐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상원에서 대통령의 대(對)이란 군사행동을 저지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통과된 것을 놓고 강한 불만을 표하면서 충돌이 본격화했다.
전날 상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권한을 제한하는 결의안을 찬성 50표, 반대 48표로 가결시켰다. 공화당 소속 수전 콜린스(메인), 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 랜드 폴(켄터키), 빌 캐시디(루이지애나) 의원 등 4명이 반기를 들고 민주당과 함께 찬성표를 던진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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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전쟁저지 결의안’에 격분
트럼프 대통령이 화를 내며 “도대체 누가 그런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느냐”고 목소리를 높이자 캐시디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님은 미 국민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4주만 지속될 예정이라던 일이 4개월이나 이어지고 있다”고 따지며 맞받았다. 결의안에 찬성한 넷 중 하나인 캐시디 의원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최근 치른 당 예비경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경쟁 후보를 밀어주면서 3선 도전이 무산되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 구원이 쌓인 관계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연방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상원 운영위원회 위원들의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마친 뒤 빌 캐시디 의원(가운데)이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캐시디 의원은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언쟁이 있었다고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1시간여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캐시디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향해 예비선거 패배를 조롱하기도 했다며 “저는 협박당하지 않을 것이고 해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시디 의원을 겨냥해 “패배자”라고 부르며 자리에 앉으라고 하자 캐시디 의원이 “누구도 나에게 앉으라고 지시할 수 없다”고 맞선 일도 있었다고 한다. 주변 의원들이 캐시디 의원을 말려 자리에 앉히면서 고성은 잦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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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언쟁 마친 뒤 트럼프 “훌륭한 만남”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머코스키 의원을 신랄하게 비난하고 폴 의원을 질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간담회 후 기자들을 만나 “정말 훌륭한 만남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화당은 정말 단결력이 뛰어난 정당이다. 몇몇 사람들은 안 좋아하는데 누군지는 여러분도 알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찬 간담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밀어붙이고 있는 ‘세이브 아메리카 법안’(SAVE America Act, 투표자격보호법) 처리를 상원 공화당 지도부에 강하게 독려하기 위해서였다. 이 법안은 유권자 등록 시 시민권 증명을 의무화하고 전국 단위 투표 시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법안 통과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화당 53석, 민주당 47석인 현 의석 분포를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법안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야당의 필리버스터(장시간 연설 등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의 5분의 3, 즉 60표가 필요해서다. 특히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수개월째 트럼프 대통령의 집요한 압박을 받고 있지만 법안 처리에 회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 의회 의사당에서 공화당 상원의원들과의 오찬을 겸한 간담회 장소로 이동하며 존 튠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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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자격법 통과 전까지 주택법 서명 취소”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지도부의 미온적 태도에 불만을 표하며 이날 예정됐던 ‘21세기 주택공급 확대법’(약칭 주택법) 서명식을 돌연 취소하기도 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주택 공급 관련 기자회견과 서명식은 내가 국가적 비상사태로 간주하는, 절실히 필요한 ‘세이브 아메리카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취소된다”고 밝혔다.
주택법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및 환경영향평가와 같은 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공급 확대를 촉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2일 상원에서 찬성 85표, 반대 5표라는 압도적 다수로 가결된 데 이어 23일 하원에서도 찬성 358표, 반대 32표라는 초당적 지지 속에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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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적 주택법 서명 보류에 공화당 ‘당혹’
공화당 의원들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주거비 부담 완화를 핵심 민생 의제로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주택법을 볼모 삼아 세이브 아메리카 법안 처리를 강하게 독려하는 것에 적지 않은 당혹감을 느끼는 모습이다. 존 튠 원내대표는 “주택법은 주택 공급을 늘리고 사람들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대출 기회를 확대하는 훌륭한 법안”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서명할 방법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이날 총 876억 달러(약 135조원) 규모의 긴급 추가예산 요청서를 연방 하원에 제출했다. 이 중 671억 달러(약 104조원)가 이란 전쟁 과정에서 소진된 탄약·정밀유도무기 재고 보충, 군사작전 비용 정산, 기밀 프로그램 및 드론 사업 등을 위한 국방 예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후속 비용과 군 전력 재건 등 명목으로 100조원이 넘는 이란 전쟁 청구서를 의회에 들이민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을 방문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의 회담에서는 이탈리아·영국·독일·프랑스·스페인 등을 열거하며 “나토 국가가 이란 전쟁에서 도움을 주지 않아 실망했다”며 거듭 불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