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나가 26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헤이즐틴 내셔널 골프장에서 벌어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총상금 1300만 달러) 1라운드에서 9언더파 63타를 치며 단독 선두로 나섰다.
보기 없이 버디만 9개를 솎아낸 윤이나는 한국 돈으로 약 200억원이 걸린 여자 골프 역대 최고 상금 대회 첫날 카리스 데이비드슨(호주)을 2타 차로 따돌렸다.
63타는 윤이나의 LPGA 투어 데뷔 이후 최저타이자 메이저 대회 개인 최저타 기록이다. 중압감이 큰 메이저 대회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돋보이는 성적이다. 대회장인 헤이즐틴 내셔널 골프장은 지난 2009년 PGA 챔피언십에서 양용은이 타이거 우즈(미국)에게 역전 우승을 거둔 한국 골프의 약속의 땅이기도 하다.
10번 홀에서 출발한 윤이나는 초반 4개 홀을 모두 파로 막으며 차분하게 예열을 마쳤다. 이어 14번 홀과 15번 홀 연속 버디로 포문을 열었고, 17번, 18번 홀에서도 다시 연속 버디를 낚아채며 전반을 마쳤다. 후반 들어서는 거침이 없었다. 3번, 4번 홀 연속 버디로 기세를 올린 뒤, 6번 홀부터 3연속 버디를 쓸어 담았다. 파3, 파4, 파5 홀에서 각각 3개씩의 버디를 골고루 잡아내는 균형 잡힌 플레이였다.
날카로운 아이언과 컴퓨터 퍼터가 빛을 발했다. 그린 적중률은 83.3%에 달했고, 퍼트 수는 24개에 불과했다. 지난해까지 장타에 비해 쇼트게임과 퍼트가 다소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윤이나는 이날만큼은 짧은 퍼트를 단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윤이나. AP=연합뉴스
경기 후 윤이나는 “오늘 버디를 그렇게 많이 하고 있는지 몰랐고, 9개를 잡은 줄도 모르고 경기를 했을 정도로 집중했다”며 “날씨도 좋았고 갤러리도 많이 와서 정말 즐겁게 경기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9언더파 비결에 대해선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골프를 쳤는데 공이 홀로 들어갔다.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며 “LPGA 투어에서 9언더파를 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 내가 해야 할 일과 과정에만 집중했고, 그 부분을 오늘 정말 잘 해낸 것 같다”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어 오늘 경기는 잘 정리하고 남은 라운드 계획을 세우겠다”고 덧붙였다.
LPGA 투어 2년 차를 맞아 미국 무대에 빠르게 적응 중인 윤이나는 올해 완연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탑10 진입이 한 차례에 그쳤던 것과 달리, 올해는 포드 챔피언십 공동 6위, JM 이글 LA 챔피언십 4위, 메이저 대회인 셰브론 챔피언십 공동 4위 등 상반기에만 여러 차례 우승 경쟁을 펼쳤다. 아직 LPGA 투어 우승이 없는 윤이나는 이번 메이저 대회에서 데뷔 첫 승을 거둘 최고의 기회를 잡았다.
한편 한국 선수는 톱 10에 5명이 들었다. 윤이나의 뒤를 이어 김아림이 5언더파 공동 3위, 최혜진이 4언더파 공동 5위, 양희영과 이동은이 3언더파 공동 8위다. 김효주와 이소미는 1언더파 공동 27위다.
올해 앞선 두 개의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하며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노리는 강력한 우승 후보 넬리 코다(미국)는 2언더파 공동 16위다. 코다는 16번 홀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려 더블보기를 범하는 바람에 발목이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