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지금 - ⑤켈리 진 대표] 게이머들의 셰프, K치킨 창업
Los Angeles
2026.06.25 21:57
한국식 프리미엄 치킨 서울닥
유명 e스포츠팀 케이터링 8년
다양한 소스·예쁜 박스 호평
본지 피클볼 대회 기부 입소문
"경험이 브랜드가 된 이야기"
서울닥의 켈리 진(맨 왼쪽) 대표가 케이터링을 맡았던 e스포츠 구단 100씨브스의 선수들과 함께했다. [서울닥 제공]
LA 컬버시티에 새로 문을 연 한국식 프리미엄 치킨 브랜드 ‘서울닥’의 켈리 진 대표는 ‘게임’이야말로 자신의 사업을 만든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그는 북미 최대 e스포츠 리그 LCS 소속팀들의 케이터링을 지난 8년간 맡아오고 있는 ‘게이머들의 셰프’다.
진 대표가 서울닥을 차리기까지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LA에서 여러 차례 식당을 운영했지만 매번 다른 이유로 문을 닫아야 했다.
앞날이 막막하던 2018년, 한 e스포츠 구단에서 프로게이머들에게 케이터링을 맡아달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그는 “오디션처럼 시제품을 만들어 갔는데 선수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가 게임을 잘 아는 것도, e스포츠와 인연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프로게이머들의 밥상을 책임지게 됐다.
그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선수들은 하루 10시간 넘게 모니터 앞에서 훈련한다”며 “그들에게 밥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컨디션과 집중력, 결국 경기력이었다”고 말했다.
8년 동안 선수들과 함께하며 그들이 좋아하는 음식이 미국 또래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음식이라는 점도 자연스럽게 익혔다. K-푸드에 관심이 커진 미국 주류 시장의 입맛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게 된 것도 이 시간 덕분이다.
올해 초 그는 다시 자신의 브랜드를 시작하기로 결심했고, 그 결과물이 컬버시티에 문을 연 서울닥이다.
서울닥 메뉴 곳곳에는 지난 8년의 경험이 녹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게임의 포지션에서 착안한 다양한 소스다.
역대 최고의 게임으로 불리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5개 포지션처럼 서울닥이 자체 개발한 소스도 각기 다른 개성을 담았다. 직진하는 매운맛, 균형 잡힌 단짠, 뒷받침하는 감칠맛 등이다. 게이머들은 숨은 의미를 알아보고, 게임을 모르는 손님들도 다양한 맛을 즐긴다.
세심함은 포장 박스에도 담겼다. 사진이 잘 나오도록 디자인한 박스는 자연스럽게 SNS 홍보로 이어진다. 진 대표는 “손님들이 올린 사진 한 장이 다음 손님을 데려온다”고 말했다.
메뉴는 한국식 양념·후라이드 치킨을 비롯해 김치볶음밥, 불고기 버거, 치킨 프로틴 보울, K-스낵 등 다양하다. 매장은 배달과 픽업 중심으로 운영된다. 효율적인 주방 동선과 표준화된 조리 시스템을 갖춰 누구나 일정한 품질을 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오픈 초기부터 반응도 좋다. 진 대표는 앞으로 홀 매장과 프랜차이즈 사업을 확대하고, 소자본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운영 노하우를 전하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인사회와 함께하겠다는 약속도 실천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열린 제1회 중앙일보배 피클볼 대회에 치킨 200인분을 기부했고, 준비한 치킨은 순식간에 동나며 입소문을 탔다.
8년 동안 프로게이머들의 입맛을 책임졌던 진 대표. 이제 그는 그 노하우와 감각을 한 상의 치킨에 담아 미국 주류 시장에 내놓았다.
“서울닥은 경험이 브랜드가 된 이야기입니다.”
조원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