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을 ‘잊힌 전쟁(Forgotten War)’이라고 부르는 것은 마치 ‘당신들이 흘린 피와 헌신에는 관심이 없다’는 뜻처럼 들린다.”
데이비드 피켓(62.사진) 회장은 한국전쟁 참전용사는 아니다. 그러나 지난 1989년부터 1년간 주한미군으로 복무했으며, 현재는 한국전쟁참전용사협회(KWVA) 회장을 맡고 있다. 고령의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그 가족, 그리고 한국에서 근무한 주한미군 세대의 기억을 하나로 잇는 가교 역할이다.
현재 KWVA는 전국에 110개 지부, 5000여 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실제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용사는 약 1500명이다. 다수는 정전 이후 한국에서 복무한 주한미군 출신들이다.
피켓 회장은 “만약 협회가 한국전 참전용사만을 회원으로 고집했다면 세월이 흐르면서 단체 자체가 자연스럽게 사라졌을 것”이라며 “한국에서 복무하며 현장을 지킨 이들이 함께 기억을 이어갈 수 있도록 문호를 넓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전쟁이 젊은 미래 세대에게 끊임없이 전해지기 위해서는 학교에서의 역사 교육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피켓 회장은 “오늘날 학교에서 한국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쟁 사이에 낀 ‘각주’처럼 미미하게 다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한·미 양국이 함께 이뤄낸 성과는 결코 작은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KWVA는 현재 ‘텔 아메리카(Tell America)’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전 참전용사와 주한미군 복무자들이 직접 학교를 찾아가 학생들에게 한국전쟁의 의미를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피켓 회장은 “교과서로 읽는 전쟁과 직접 그 땅을 밟았던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무게감부터 다르다”며 “학생들은 참전용사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한국이라는 나라와 전쟁의 참상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깊이 이해하게 된다”고 전했다.
피켓 회장은 1989년 오산 공군기지를 거쳐 캠프 험프리스에 배치돼 CH-47 치누크 헬리콥터 정비병으로 근무했다. 당시 남북 간의 일촉즉발 정전 상태는 그의 복무 기간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안겼다.
그는 “언제든 전쟁이 다시 발발할 수 있다는 생각에 1년 내내 높은 수준의 경계 태세를 유지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피켓 회장은 한국에서 체득한 군인으로서의 원칙이 이후 32년간 이어진 군 경력에 가장 큰 자산이 됐다고 고백했다. 이후 그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복무했다.
그는 한·미 양국이 아직 고국으로 귀환하지 못한 실종 장병들의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 작업에 더욱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켓 회장은 “한국전쟁에서 실종된 미군 장병이 아직도 8000명 이상에 달한다”며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만큼, 이들을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피켓 회장이 남긴 메시지는 묵직하면서도 분명했다.
“한국전쟁을 기억하는 일은 결코 과거에만 머무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를 위해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 명확히 알고, 다음 세대가 그 숭고한 가치를 온전히 지켜가도록 만드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