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이 분주하다. 연합뉴스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정치권 논쟁이 커지고 있다. 야당에선 “관치 경제”라고 비판하고, 여당은 “국가 균형 발전”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참여하는 호남 및 충청권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26일 김어준씨 유튜브에서 “나오는 숫자들이 낯설 것”이라며 역대급 투자 규모를 시사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반도체 민간 전문가 정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20260626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날 ‘4류 정치가 1류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주제로 반도체 민간 전문가 정책간담회를 개최하며 정부 주도의 호남 반도체 투자를 비판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세계 최고 일류 기업을 돕지 못할망정 기업 발목을 잡는 실정”이라며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에 매몰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무리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 고동진 의원은 “정치가 일류 기업의 팔을 비트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구·경북(TK) 홀대론’이 커지는 것도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다. TK가 지역구인 이인선·이상휘 의원은 전날 정을호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만나 TK 국회의원 일동 명의의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두 의원은 정 비서관에게 “국가 전략 산업을 정치적 논리로 접근하지 말고, 산업 경쟁력과 시장 원칙에 따라 최종 결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야권 유력 주자도 이날 잇따라 목소리를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에 “청와대가 주도하는 호남 대규모 반도체 투자는 표 계산을 위해 대기업의 팔을 비틀고 기업 활동의 자유를 침해한 ‘국정운영 사유화’”라며 “오로지 선거용 지지층 결집만을 노린 무책임한 개입으로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썼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청와대가 주도하여, 특정 지역을 점찍어 투자를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최순실 특검에서 일했던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리는 데 한몫한 미르·K스포츠재단 사건에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냈다고 하는 것과 다르냐”라고 했다.
야권의 공세에 맞서 여권은 적극 방어에 나섰다.
김용범 실장은 김어준 유튜브 방송에서 “세계 1·2위 기업 수준인데 쥐어짠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균형 발전 논리를 앞세웠다. 강득구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업이 성장하고 지역을 살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꾸는 국가 대전환의 시작”이라고 했다. 문정복 최고위원도 “국가 균형 발전은 선택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과제”라고 거들었다. 박지원 최고위원은 야권을 겨냥해 “지역 갈등만 부추기고 정부 구상에 흠집 낼 생각만 하는 졸렬한 모습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검찰개혁 관련 현안 브리핑에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의 기본 입장으로 최종 정리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전당대회 예비 출마자도 적극 나섰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X에서 “낡은 정치가 또 미래의 발목을 잡으려 한다”며 야권의 주장에 반박했다. 이어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가 초래한 메모리 공급 부족으로 각국이 경쟁적으로 공장을 건설 중”이라며 “용인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온 세계적 기업들의 결정이 정부의 압박으로 좌지우지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당 대표 출마를 고민 중인 고민정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철 지난 지역 갈등을 소재로 삼는 행태는 청산돼야 할 구태정치”라며 “영남에서는 국민의힘을 무조건 밀어줬던 것에 대한 후회가 쓰나미처럼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경기도 용인이 지역구인 이언주(용인정)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반도체 클러스터 수도권 배제 조항이 최종 제외된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이 발표됐다”며 “균형 발전은 국가 핵심 전략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경쟁력을 키우면서 함께 성장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