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리세이즈 산불 방화 혐의로 기소된 조너선 린더크네흐트. 배심원단 평결 불일치로 재판은 무효가 됐다. [로이터]
지난해 12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수천 채의 주택을 태운 팰리세이즈(Palisades) 산불의 방화 혐의로 기소된 조너선 린더크네히트에 대한 재판이 배심원단의 평결 불일치로 무효가 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연방 캘리포니아 중부지방법원의 앤 황(Anne Hwang) 판사는 27일 “배심원단이 끝내 만장일치 평결에 이르지 못했다”며 재판 무효(mistrial)를 선언했다.
배심원단은 이틀 동안 약 13시간에 걸쳐 심의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12명의 배심원 가운데 10명은 무죄 의견을, 2명은 유죄 의견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심원들은 법원에 제출한 메모에서 “양측 모두 자신의 입장을 절대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법원이 도와줄 수 있는 방법도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배심원단에 추가 심의를 지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황 판사는 “강압적인 평결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 “증거 충분…다시 재판”
빌 에세일리 연방검사는 “새로운 배심원단을 구성해 다시 재판을 진행하고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증거는 린더크네히트가 2025년 1월 1일 화재를 일으켰고, 이것이 결국 팰리세이즈 산불로 이어졌음을 강하게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 스티브 헤이니는 “배심원 10명이 무죄를 선택했다는 것은 피고인의 결백을 강하게 보여주는 결과”라고 반박했다.
■“불 지른 뒤 911 신고” vs “폭죽이 원인”
검찰은 린더크네히트가 지난해 1월 1일 팰리세이즈 언덕의 ‘히든 부다(Hidden Buddha)’ 공터에서 불을 낸 뒤 뿌리 속에서 계속 타던 불씨가 1월 7일 강풍을 만나 대형 산불로 번졌다고 주장했다. 이 산불은 퍼시픽 팰리세이즈와 말리부 일대를 휩쓸며 12명이 숨지고 수천 채의 주택을 태우는 등 캘리포니아 역사상 최악의 산불 가운데 하나로 기록됐다.
검찰은 휴대전화 위치정보와 CCTV, 911 신고 기록 등을 근거로 린더크네히트가 최초 발화 지점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인의 휴대전화와 이메일, 우버, 소셜미디어, 오픈AI 계정 등을 분석한 결과 수천 건의 챗GPT 대화 내용도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에 따르면 린더크네히트는 챗GPT를 일기처럼 사용했으며 “왜 나는 항상 화가 나 있을까”라고 묻거나 빈부격차와 사회 불평등에 대한 분노를 자주 털어놨다.
또 유나이티드헬스케어 CEO 살해 사건 피의자 루이지 맨지오니를 검색하고, “억만장자를 모두 죽이자”는 레딧 게시물을 찾아본 사실도 공개됐다.
화재 현장에서는 “담배 때문에 우발적으로 산불이 났다면 책임을 지게 되느냐”는 질문을 챗GPT에 남긴 기록도 증거로 제시됐다.
반면 변호인단은 화재 원인이 폭죽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소방관과 주민들은 새해 전야 폭죽 소리를 들었고, 일부는 폭죽을 터뜨린 뒤 달아나는 청소년들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또 화재 현장이 13일 동안 제대로 통제되지 않아 증거가 훼손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수사기관이 처음부터 린더크네히트를 범인으로 단정하는 ‘확증편향’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방화범이라면 직접 911에 10차례 넘게 신고하고 소방관들을 따라다니며 화재 진압을 지켜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린더크네히트는 방화와 화재를 이용한 재산 파괴, 산림 방화 등 3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새로운 배심원단을 구성해 재판을 다시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