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SUV 두 대를 모았다. 주인공은 메르세데스-AMG G 63 마누팍투어와 랜드로버 디펜더 옥타 블랙. 펄펄 끓는 파워와 소름 돋는 험로 주파 성능, 상징성과 희소성까지 갖춘 ‘드림 SUV’다. 지난 1~5월 판매는 G 63은 367대, 디펜더 옥타 42대로 8.7배 차이. 중고차 가격이 신차보다 비쌀 만큼 인기 뜨거운 G 63에 디펜더 옥타가 도전하는 모양새다.
G-클래스와 디펜더는 각 브랜드의 ‘아이콘(icon)’이다. G-클래스의 뿌리는 1972년 개발에 착수한 군용차. 이란 팔레비 왕조가 의뢰했다. 그런데 1978년 ‘이란 혁명’이 일어났다. 왕정 시대가 막을 내렸다. 1979년 메르세데스-벤츠는 이 차를 민간용으로 내놨다. 물론 지금도 여러 나라에서 군용으로 쓰고 있다. 동시에 ‘셀럽’들의 사랑받는 패션 카로도 인기다.
현재 G-클래스는 개발명 ‘W465’의 4세대. 외모는 47년 전 1세대를 여전히 빼닮았다. 내용은 2018년 3세대로 거듭나며 송두리째 바꿨다. 순수 전기차 G580 위드 EQ 테크놀로지도 나왔다. 강인한 프레임 뼈대, 지형을 가리지 않고 달리는 성능과 신뢰성엔 변함이 없다. G-클래스의 으뜸 매력은 이처럼 오랜 세월 동안 흔들림 없이 지켜온 정체성이다.
디펜더의 뿌리는 1948년 데뷔한 랜드로버 시리즈Ⅰ. 랜드로버 브랜드의 원점이기도 했다. 당시 로버의 형제 엔지니어가 농사일에도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차로 기획했다. 이후 시리즈Ⅲ까지 진화했다. 1983년 내놓은 후속은 90과 110, 127. 인치 단위의 휠베이스를 이름으로 썼다. 1990년 드디어 숫자 대신 이름을 붙였다. ‘수비수’를 뜻하는 디펜더다.
랜드로버 디펜더 옥타
2016년 1월 26일, 마지막 디펜더가 영국 솔리헐 공장을 빠져나왔다. 이후 4년의 공백을 가졌다. 68년 역사의 첫 쉼표였다. 2019년 2세대가 나왔다. 디자인은 과거의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차체는 프레임을 거둬내고 뼈대와 한 덩어리 이룬 유니보디로 거듭났다. 최신 디지털 기술도 버무렸다. 지난해 5월, 디펜더는 다시 한번 안팎을 다듬었다.
우리나라에서 권장 소비자 가격은 랜드로버 디펜더 옥타가 2억3017만원(블랙 트림은 2억4547만원), 메르세데스-AMG G 63 기본형이 2억6120만원(마누팍투어는 2억8840만원)이다. (2026년 6월 23일 기준 VAT 포함)
차체 크기
랜드로버 디펜더 옥타
메르세데스-AMG G 63
길이(㎜)
5,001(+126)
4,875
너비(㎜)
2,064(+79)
1,985
높이(㎜)
1,995(+15)
1,980
휠베이스(㎜)
3,023(+133)
2,890
앞 트레드(㎜)
1,772(+115)
1,657
뒤 트레드(㎜)
1,768(+110)
1,658
공차중량(㎏)
2,665(+30)
2,635
트렁크 용량(L)
963
667
━
날을 세운 G 63과 우람한 디펜더
메르세데스-AMG G 63
자긍심이 벅차오른다. 동그란 눈매의 듬직한 SUV 두 대와 함께 하니 겁날 게 없다. G 63도 충분히 크다. 하지만 디펜더 옥타 옆에 세우니 상대적으로 날씬하고 아담하다. 디펜더 옥타의 길이와 너비, 높이는 5001×2064×1995㎜. G 63보다 12.6㎝ 길고, 7.9㎝ 넓다. 휠베이스 차이는 한층 극적이다. 디펜더 옥타가 2890㎜로 13.3㎝ 더 넉넉하다.
G 63의 외모는 간결하고 단정하다. 멋보다 기능 앞세운 군용차의 유전자다. 평평하게 다진 면과 오롯이 접은 모서리, 반듯한 패널 간 단차는 속칭 ‘칼 각’으로 다림질한 제복을 연상시킨다. 상체는 슬림한데, 하체는 튼실하다. 펜더는 불끈 튀어 나왔고, 20인치 타이어는 휠 아치를 꽉 채웠다. 지옥 훈련으로 한계까지 체지방율 낮춘 철인 3종 선수 보는 듯하다.
랜드로버 디펜더 옥타
반면 디펜더 옥타는 압도적 피지컬의 씨름 선수를 보는 듯하다. 몸집이 우람하고 둥글둥글하다. 좌우로 떡 벌어진 오버 펜더를 직경 33인치의 험로용 타이어가 아슬아슬하게 채웠다. 가뜩이나 키가 큰데, 에어 스프링을 갖춰 최저지상고를 323㎜까지 띄울 수 있다. 따라서 시승차처럼 옆 발판이 없으면, 타고 내리는 과정이 필라테스 다리 찢기 수준이다.
G 63은 기계적 분위기를 강조했다. 경첩은 차체 밖으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문은 ‘철컥’ 금속성 파열음과 함께 여닫힌다. 실내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섞었다. 디스플레이 면적도 넓고, 화면 구성도 화려하다. 젊은 세대가 좋아할 요소다. 기능별로 잘 구분해 찾아서 쓰기 쉽다. T맵 내비게이션을 제외하면 반응도 빠르다. 의도적으로 물리 버튼도 많이 남겼다.
메르세데스-AMG G 63
메르세데스-AMG G 63
디펜더 옥타의 실내는 디지털 기술로 가득하다. 13.1인치 터치스크린이 대부분 기능을 품었다. 다만, 반응이 느려 아쉽다. 옥타의 최상위 트림 블랙답게 실내도 진회색. 절제된 멋을 추구한다. 가죽과 스티치로 전통적인 고급스러움 추구한 G 63과 대조적이다. 시트는 오디오와 연동해 허리에 진동을 전한다. 트렁크와 뒷좌석 공간은 G 63보다 훨씬 여유롭다.
랜드로버 디펜더 옥타
랜드로버 디펜더 옥타
파워트레인
랜드로버 디펜더 옥타
메르세데스-AMG G 63
엔진 형식
V8 가솔린 트윈 터보
←
배기량(㏄)
4,395(+413)
3,982
최고출력(마력/rpm)
635/5,855~7,000(+50)
585/6,000
최대토크(㎏·m/rpm)
76.5/1,800~5,855
86.7/2,500~3,500(+10.2)
전동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
변속기
자동 8단
자동 9단(+1)
굴림방식
AWD
←
연료탱크 용량(L)
90
100(+10)
━
소리 명장 G 63, 폭발적 가속 디펜더
메르세데스-AMG G 63
두 대의 엔진은 공통분모가 있다. V8 가솔린 트윈 터보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조합했다. G 63의 배기량은 4.0L로 최고출력 585마력, 최대토크 86.7㎏·m를 낸다. 디펜더 옥타는 4.4L로 635마력, 76.5㎏·m를 뿜는다. 배기량과 최고출력은 디펜더 옥타가 높고, 최대토크는 G 63이 앞선다. 변속기는 G 63이 자동 9단, 디펜더 옥타가 자동 8단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엔진과 변속기를 직접 개발하고 만든다. 반면, 랜드로버는 디펜더 옥타의 엔진은 BMW, 변속기는 ZF한테 공급 받는다. 따라서 엔진만 놓고 보면 벤츠와 BMW의 대결이기도 하다. 둘 다 힘은 차고도 넘친다. 2.6t의 거구를 잠시 잊을 만큼 위력적으로 밀어 붙인다. 0→시속 100㎞ 가속 시간은 G 63이 4.4초, 디펜더 옥타가 4.0초다.
랜드로버 디펜더 옥타
그런데 시속 100㎞ 이상 고속에서는 오히려 G 63의 가속이 더 빠르다. 각 제조사가 밝힌 최고속도는 G 63이 시속 220㎞, 디펜더 옥타가 시속 210㎞. 하지만 조건만 갖추면 더 빠른 속도로 달릴 체력을 갖췄다. 예컨대 G 63은 드라이버 패키지 옵션을 고를 경우 시속 240㎞, 디펜더 옥타는 험로용 대신 일반 타이어를 끼우면 시속 250㎞까지 올라간다.
두 대 모두 극단적인 성능을 자랑하지만, 느긋하게 풍경 감상하며 달리는 운전도 잘 어울린다. 풍성한 파워가 뒷받침하기 때문에 늘 여유롭다. 메르세데스-AMG G 63의 매력은 사운드다. V8 특유의 묵직한 고동소리가 심장을 뛰게 한다. 볼륨 스위치는 가속 페달. 깊이 밟으면 격정적으로 치솟고, 부드럽게 다루면 잔잔한 사운드로 감성을 적신다.
메르세데스-AMG G 63
디펜더 옥타의 엔진 사운드 역시 훌륭하다. 그러나 볼륨과 음압이 G 63엔 못 미친다. 운전석과 엔진의 거리가 G 63보다 두 배 정도 먼 느낌이다. 대신 가속 자체는 한층 더 드라마틱하다. 보트처럼 앞머리 살짝 들고 맹렬히 뛰쳐나가는 순간은 운전대 쥔 나조차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물론 부드럽게 다룰 땐 고성능의 존재를 잊을 만큼 편안하고 부드럽다.
랜드로버 디펜더 옥타
동력 성능
랜드로버 디펜더 옥타
메르세데스-AMG G 63
0→100㎞/h(초)
4.0
4.4(+0.4)
최고속도(㎞/h)
210
220(+10)
공인연비(복합, ㎞/L)
7.0(+1.2)
5.8
━
절도 있는 G 63, 리듬 타는 디펜더
몸놀림은 의외로 각자의 외모와 비슷해 흥미롭다. G 63의 움직임은 절도 있고 마디마디가 선명하다. 운전 모드에 따른 승차감 차이도 극적이다. 서로 다른 정체성을 넘나든다. 컴포트에서는 과속방지턱이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부드럽다. 반면 스포츠나 스포츠+에서는 메르세데스-AMG의 납작한 차종처럼 빙의한다. 모든 방향의 기울임을 엄격하게 억제한다.
메르세데스-AMG G 63
디펜더 옥타의 움직임을 간추릴 핵심은 리듬. 몸놀림이 놀랍도록 자연스럽고 매끄럽다. 특히 제동과 조향, 가속 등 무게 중심의 급격한 변화가 생기는 움직임의 전환조차 생크림처럼 부드럽다. 심지어 가장 전투적인 옥타 모드에서조차 특유의 부드러운 성향을 잃지 않는다. 서스펜션은 넉넉한 위아래 움직임 폭만큼 다양한 자세를 경험할 수 있다.
둘 다 험로 주파능력은 세계 톱클래스다. 외우기조차 힘들 만큼 다양한 명칭의 기술과 장비를 총 망라했다. 접근각과 램프각, 이탈각은 33인치 타이어 끼워 한층 껑충한 디펜더 옥타가 앞선다. 피지컬도 우월하지만 쓰기도 쉽다. 현재 네 바퀴로 딛고 선 노면 종류에 따라 아이콘만 선택하면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 제동력과 구동력을 맞춤 세팅으로 제공한다.
랜드로버 디펜더 옥타
G 63도 메르세데스-벤츠에서 유니목 제외하면 최강의 오프로더. 시승차는 서킷도 소화할 온로드 타이어를 끼웠지만, 디펜더 옥타처럼 튜닝하면 극한의 환경도 거침없이 헤칠 능력을 갖췄다. 앞뒤나 좌우 차동제한장치를 버튼으로 직접 잠그는 등 직접 조작하는 재미도 뛰어나다. G-클래스의 슬로건 ‘하드웨어가 첫째, 디지털이 두 번째’가 피부에 와 닿는다.
G 63은 기계식 시계에 비유할 만하다. 운전 감각도 정밀하고 정확하다. 디펜더 옥타는 디지털 기술로 과정을 단축한 최신 스마트 워치와 같다. 운전 감각도 최상의 결과만을 남긴다. 이 같은 차이는 경험에도 영향을 미쳤다. 메르세데스-AMG G 63은 극적인 순간들이 명징한 기억으로 남았다. 랜드로버 디펜더 옥타는 함께 한 모든 시간이 소중하게 다가왔다.